경제·금융 금융정책

스타벅스·버거킹서도 원터치 결제…'CBDC 전초기지' 상하이

[창간 65주년 특별기획]

◆ 디지털 결제 빅뱅이 온다 <1> 中, 금융격변의 최전선

작년 7월 기준 누적거래 7.3조위안

외국인도 하루 500위안 한도 충전

결제요청에 "위챗페이 없나" 반문

23곳 중 7곳만 받아 확장성 한계

28일 중국 상하이 우캉맨션 인근 스타벅스에서 스마트폰으로 디지털위안화(e-CNY)를 사용하자 결제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 있다. 심우일 기자28일 중국 상하이 우캉맨션 인근 스타벅스에서 스마트폰으로 디지털위안화(e-CNY)를 사용하자 결제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 있다. 심우일 기자




중국 상하이의 번화가 난징루 일대가 지나가는 행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곳 주요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간편결제가 가능하다. 심우일 기자중국 상하이의 번화가 난징루 일대가 지나가는 행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곳 주요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간편결제가 가능하다. 심우일 기자


“티셔츠 사려고 하는데 디지털인민폐(위안화) 결제 가능합니까?”



6월 28일 중국 상하이의 한 허름한 의류 점포. 기자와 동행하던 한국인 유학생 A 씨가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디지털위안화(e-CNY) 애플리케이션을 켜며 이같이 묻자 가게 주인이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한 QR코드 인쇄판을 가리켰다. e-CNY 앱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이 QR코드를 촬영하니 바로 결제가 완료됐다는 창이 떴다.

e-CNY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다. 결제 방식은 알리페이·위챗페이와 동일하게 QR코드를 이용하면 된다.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이고 타오바오나 메이퇀 같은 온라인 상거래·배달 플랫폼도 e-CNY를 지원한다. 인민은행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기준 e-CNY의 누적 거래액은 7조 3000억 위안에 달한다.

서울경제신문은 27일부터 30일까지 결제 비용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유학생 A 씨에게 도움을 구해 e-CNY 지갑을 개설했다. 지갑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중국 시중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인에게도 e-CNY 문호를 열고 있다.



실제로 A 씨는 당초 비대면으로 계좌를 열었던 만큼 추가로 대면 인증을 거쳐야 했는데 단순히 창구에 여권을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500위안(약 9만 5000원) 한도로 충전이 가능한 e-CNY 지갑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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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e-CNY 지갑을 이용해보니 스타벅스 같은 다국적 기업 계열 점포에서는 결제가 비교적 원활했다. 버거킹에서는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서도 e-CNY로 음식을 살 수 있었다. 일부 소상공인들도 e-CNY를 받는 모습이었다. 상하이 서부 지역에서 잡화점을 하는 첸메이링(가명) 씨는 “4~5년 전 중국건설은행 직원이 찾아와 e-CNY와 QR코드가 연동되는 계좌를 개설해줬다”고 설명했다. 당시 건설은행에서 ‘e-CNY가 곧 유행할 것’이라며 본인을 포함한 인근 상인들에게 관련 계좌를 열 것을 독려했다고 한다. 첸 씨는 “현금에 익숙하던 노인 분들도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잘 쓰시지 않나”라며 “e-CNY도 곧 잘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 e-CNY가 완전히 정착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취재진은 상하이 지역의 상점과 대형마트 23곳을 방문했는데 이 중 e-CNY 결제가 가능한 곳은 7곳이었다. ‘e-CNY로 결제 가능하냐’고 물을 때마다 “한번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거나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는 안 쓰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프레시포나 핫맥스처럼 중국 현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매장에서도 e-CNY 결제를 받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았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왕하오란(가명) 씨는 “e-CNY는 알리페이·위챗페이와 달리 신용카드와 연동이 안 돼 굳이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A 씨가 보유한 e-CNY 지갑으로는 지하철을 탈 수 없었다. e-CNY로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실명 인증을 거쳐야 한다. 보통 실명 인증은 신분증이나 여권으로 한다.

문제는 e-CNY 앱에서 지하철 이용을 위한 실명 인증이 가능한 신분증으로 거민신분증만 선택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는 점이다. 거민신분증은 한국으로 치면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것으로 중국 국민만 발급받을 수 있다. 여권으로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한국인은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중국 주재원은 “유학생이나 주재원 중에서 e-CNY를 쓰는 사례는 거의 못 봤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현재 중국 정부는 e-CNY 사용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23년 9월 전기료와 수도 요금을 납부할 때 e-CNY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신화통신은 2024년 말 총 1억 1400만 위안의 공과금이 e-CNY를 통해 납부됐다고 보도했다. 경제 매체 포브스는 “e-CNY는 중국 내 또 다른 결제 옵션을 만드는 데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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