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에서 대량 발생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에 대해 영국 가디언이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한국 수도권의 러브버그 떼가 해충 방제 방식을 두고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러브버그는 두 마리가 짝을 지어 날아다니는 습성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열대 지역이 원산지로, 국내에는 2022년 처음 발견됐다. 최근 기온 상승, 도시 열섬 현상, 산악 개발 등이 맞물리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했다.
서울시 접수 민원은 2022년 4400건에서 지난해 9300건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인천시도 하루 100건 이상 관련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등산로는 러브버그 떼로 ‘검은 카펫’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서울시는 러브버그가 사람을 물지 않고 질병도 옮기지 않는 익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꽃가루받이, 낙엽 분해 등 생태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무분별한 ‘화학 방제’는 꿀벌 등 다른 곤충까지 함께 죽여 오히려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올해 2월 ‘생활불쾌곤충 통합관리계획’을 발표하고 러브버그를 ‘대발생 곤충’으로 지정했다. 서울시의회도 이달 관련 조례를 통과시켜 ‘친환경 방제’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시민 86%는 익충이라도 대량 발생 시 해충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친환경 방제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환경연합은 “특정 곤충만 골라내는 방제법은 사실상 없으며, 끈끈이 트랩 같은 물리적 방제도 다른 곤충과 나무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연구진은 현재 러브버그 유충만 겨냥할 수 있는 곰팡이 살충제를 개발 중이다. 러브버그 성충의 활동은 보통 2주 안팎으로 7월 중순이 지나면 자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대량 발생에 대비한 근본적인 방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