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태양광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통과되면서 국내 관련 업계의 현지 사업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높아졌다. 다만, 우리 기업이 주로 받아왔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그대로 유지돼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다.
미 상원은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집권 2기 주요 국정 의제가 반영된 일명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Act)’을 가결했다. 해당 법안에는 감세와 불법 이민 단속 강화 등 내용이 총망라돼 있다. 이중 태양광의 경우 풍력 분야 등과 함께 제공돼 온 생산 및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의 종료 시점이 올 연말에서 9월 말로 앞당겨졌다.
애초 하원에서는 태양광 발전 세액공제 종료 시기를 2032년에서 2028년으로 앞당기기로 했지만, 그 시기가 더 빨라진 것이다. 아울러 2027년까지 공사를 시작한 경우는 혜택을 일부 제공하기로 한 것도 2027년까지 ‘전력 생산을 실제 개시하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도록 혜택이 축소됐다. 미국에서 태양광·풍력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세법 개정안은) 미국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완전히 미친 짓”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현지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한화큐셀과 OCI홀딩스(010060)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 원을 투입해 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북미 최초 태양광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모듈로 따지면 총 8.4GW를 생산할 수 있는 큰 규모다. OCI홀딩스는 텍사스주에 2GW 규모의 태양광 셀 공장을 건설 중이다.
법안이 현실화되면 태양광발전사의 신규 발전 프로젝트가 줄어들면서 모듈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은 셀과 모듈 시장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판매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한화큐셀과 OCI홀딩스는 태양광 발전 단지를 조성해서 발전사에 매각하는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데, 발전사들이 세제 혜택 축소로 매입을 꺼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됐던 AMPC는 유지돼 한숨을 돌렸다는 반응이다. AMPC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기반해 미국 내에서 생산, 판매한 배터리와 태양광, 풍력 부품 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한화큐셀과 OCI 홀딩스는 현지 생산 기반을 늘리며 AMPC 혜택을 주로 받아왔다. 관련 제도가 2032년까지 유지되면서 앞으로 7년 더 미 정부로부터 공제를 받을 수 있다. OCI홀딩스의 경우 내년부터 가동되는 텍사스주 공장에서 7년간 4억4000만 달러의 세액공제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태양광 발전사들의 생산 및 투자에 대한 혜택이 줄어 프로젝트 진행이 줄어들 위기지만, 셀·모듈 생산이란 자체 사업에 대한 세액공제는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 법안은 상원에서 법 수정이 이뤄져 다시 하원에서 투표가 이뤄진다. 하원을 다시 통과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제 혜택 축소로 현지 태양광 발전소 건설 움직임에 얼마나 타격이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