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산불이 늘고 있는 것은 산불 진화의 ‘키’인 효율적인 인력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황정석(사진)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대형산불이 자연재난·사회재난의 성격 뿐 아니라 산림 인근 지자체의 인명, 재산 피해로 이어져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진화체계가 모두 무너져 산불의 초기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13년 간 산불이 발생한 현장을 600곳 이상 방문해 상황을 파악할 만큼 산불에 대해서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황 소장은 “2017년을 전후로 대형산불은 연평균 0.7회에서 4.6회로 늘고 피해 규모는 1700%가 늘었다”며 “산림청은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꼽지만, 결국엔 인력 문제 탓”이라고 분석했다.
산림청은 지난 3월 의성 산불의 피해가 확대된 원인을 강풍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그는 한창 불이 확산됐던 22~25일 사이 바람이 한 점 없었다고 강조했다. 황 소장은 “2017년 이후 대형 산불이 6배 이상 늘었고, 피해 규모가 17배 이상 커진 가운데 기후가 원인이려면 온도가 35~40℃가 유지되고, 습도가 20%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며 “피해가 커진 이유는 무너진 진화체계에 산불 초기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불 발생은 산림청의 소관 업무지만 인력도, 거점도 부족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산림청의 산불 진화 인력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435명을 포함해 1944명이다. 정규직에 속하는 공중진화대는 104명으로 1997년 이후 1명도 늘지 않았다. 반면 소방청에 속한 소방관은 6만7198명,의용소방대는 9만2484명으로 총 15만9682명이다. 출동거점도 산림청이 240개인데 비해 소방청은 1500개가 넘는다.
황 소장은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산불감시원이 1만 여 명이 있지만, 이들의 95%가 70~90대 노인들로 일급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6만5000원을 받고 있다”며 “그들마저도 산불감시원 활동을 할 수 있는 횟수 제한이 2회에 불과해 사실상 전문진화인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헬기진화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헬기진화는 불머리 잡는 용도로 전체 산불 진화의 1%에 불과하다"며 “결국은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위해 모든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소방청에 이관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편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