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이 올해 들어 2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1호 친구’로 불리다 ‘트럼프 감세안’을 맹비난하며 갈등을 빚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력 사업에서도 부진을 겪는 처지가 됐다.
2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2분기 38만 4122대의 차량을 인도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44만 3956대) 대비 약 13.4% 급감한 규모로, 전문가들이 예상한 수준(38만 7000대)에도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올 1분기(-12.9%)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성장세가 멈춘 게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테슬라가 직면한 악재는 한둘이 아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급성장에 밀리며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유일한 테슬라 신차 모델인 ‘사이버트럭’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저가형 모델인 ‘모델2’의 출시설에도 사업에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는 주력 모델인 ‘모델Y’의 신형 출시로 실적 반등을 노렸지만 주요 라인업이 비야디(BYD) 등 경쟁사 대비 매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의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도 테슬라 브랜드에 타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주도한 머스크 CEO는 대중의 반감을 샀고 테슬라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CNBC는 “머스크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테슬라의 평판을 훼손하고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단기간 내 실적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 차량 인도량에 대한 애널리스트 평균 전망치는 166만 대로 지난해(179만 대)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기차 세제 지원 축소 움직임도 테슬라에는 대형 악재다. 미 의회에서 논의 중인 세법개정안에는 신차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를 지원하는 세액공제 제도를 9월 말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JP모건체이스는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테슬라에 연간 12억 달러의 손해를 입힐 수 있다고 봤다.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도 테슬라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감세 법안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충돌했으며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추방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