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아 진행한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존 형식을 벗어난 파격적인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 연단을 없애고 기자 질문은 사전 조율 없이 무작위 추첨으로 이뤄졌으며 풀뿌리 지역 언론이 화상으로 참여하는 등 ‘탈권위’ 기조가 전면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3일 오전 10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은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마무리 발언 순으로 약 100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아침에 얘기를 들어보니 추첨한다고 하니까 벌떼 입찰처럼 명함을 여러 장 넣은 분도 계시다고 한다. 관심들이 많아 저로서도 고맙게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번 회견의 가장 큰 변화는 형식에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기존의 연단을 철거하고 대통령과 기자가 약 1.5m 거리에서 마주 앉는 형태로 구성했다. 회견장은 미디어월 앞에 앉은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기자들이 반원 형태로 둘러앉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꾸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각본 없는’ 회견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이 대통령은 회견 전에 참모진에 예상 질문을 사전에 받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의응답 방식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였다. 기자들이 분야별 질문함에 명함을 넣으면 대통령의 지목 또는 출입기자단 간사의 추천으로 질문자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첫 번째 당첨자에 이 대통령은 “이거 뭐 주택 추첨하는 것도 아니고”라거나 “로또 이런게 돼야 하는데”라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질문하는 기자들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는 등 언론과 친밀해지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대통령실은 정식으로 등록된 출입 기자 외에 ‘지역 풀뿌리 언론’에도 문호를 개방해 눈길을 끌었다. 옥천신문, 설악신문, 담양뉴스, 뉴스민, 평택시민신문, 서귀포신문 등 6개 지역 언론 소속 기자들은 회견장에 마련된 화상 연결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옥천신문 기자와 대화할때 이 대통령은 “제가 시민운동할 때도 아주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됐던 신문”이라고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러한 방식이 ‘약속된 질의응답’을 피하고자 하는 이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뿐만 아니라 자치와 분권을 지향하며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쓰는 언론을 권역별로 안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언론인은 총 110여 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