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돼 현장 작전을 주도한 국군정보사령부 간부가 내란 사건 재판에서 "떳떳하지 못한 일에 연루된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3일 내란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9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고동희 전 국군정보사계획처장(대령)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고 전 처장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 당시 선관위 과천청사에 진입해 서버실 점거 및 출입통제 등의 임무를 수행한 인물이다. 현재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고 전 처장은 특검 측이 “‘부대 복귀 후 부대원들에게 우리 이상한 일에 휘말린 것 같다. 카카오톡 대화방부터 폭파해라’고 지시했느냐”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 특검 측이 해당 발언의 구체적 취지를 묻자, 고 전 처장은 “떳떳하지 못한 일에 연루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당시 심정을 말로 다 표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님이 위법 여부를 말하시는데, 당시 제 머릿속엔 적법 여부를 따질 기준 자체가 없었다”며 “나중에 누군가 ‘그때 무슨 일 했어’라고 물었을 때 당당히 ‘이런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고 전 처장은 선관위 인근에서 부대원 9명과 함께 대기하다가 계엄 선포 직후 문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선관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관위로 출동해 출입을 통제하고, 서버실 위치를 확인한 뒤 그곳을 지키면 된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선관위가 정부기관인데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근거가 뭐냐고 사령관에게 묻자 사령관은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진입 당시에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상태였기 때문에, ‘비상계엄이 선포됐으니 우리가 들어가는 게 가능한 거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고 전 처장 증인신문에 앞서 진행된 권영환 전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대령)에 대한 신문에서는 포고령 문제가 제기됐다. 권 전 과장은 비상계엄 당시 발령된 포고령이 매우 생소했다고 언급했다. 권 전 과장은 “계엄 포고령을 만들 때는 각 조항이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위 항목을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한다”며 “그런데 항목이 6개밖에 없는 건 이상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당시 포고령에는 계엄사령관이 입법이 아닌 사법과 행정만 관여한다고 돼 있어 굉장히 이상했다”며 “포고문은 국민 보호와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것인데, 거기에 의사들이 포함돼 있어 의문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증인신문에 앞서 내란 특검팀이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행위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특검은 특수본에 사건 ‘인계’를 요청했으나, 특수본은 사건을 ‘이첩’했다”며 “인계와 이첩은 명백히 구분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억수 특별검사보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은 법과 상식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며 “인계와 이첩을 구분해 해석하는 것은 특검법을 곡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