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대표적인 휴양지 크레타섬에서 발생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주민과 관광객 약 5000 명이 긴급 대피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산불은 전날 크레타섬 동남부 이에라페트라의 산림지대에서 시작돼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다.
불길이 주택과 호텔 인근까지 다가오자 당국은 주민과 관광객을 서둘러 대피시켰다. 요르고스 차라키스 크레타섬 호텔 협회장은 "이에라페트라 인근에서 관광객 약 3000명과 주민 약 2000명이 대피했다"며 지역 관광 산업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관광이 지역 경제의 핵심인 크레타섬 특성상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피한 이들은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나 다른 지역 호텔로 이동했으며 도로가 끊겨 고립된 일부 주민은 해변으로 나와 선박을 통해 구조됐다.
크레타섬 당국은 “관광객들은 모두 무사하다”며 “현재까지 중상자는 없지만 일부 주민이 호흡곤란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알렸다. 보건 당국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크레타 전역 병원에 비상 대기령을 발령한 상태다.
불을 끄기 위해 소방관 230명, 소방차 46대, 헬기까지 총동원됐지만 강풍이 진화 작업을 가로막고 있다. 바실리스 바드라코이안니스 소방당국 대변인은 "보퍼트 풍력 계급 9에 달하는 돌풍이 불씨를 다시 살리고 있어 진화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여름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은 곳곳에서 산불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그리스 키오스섬에서도 대형 산불로 수천 명이 대피했으며 터키 이즈미르 일대에서는 5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튀르키예 서부 해안가에서 지난달 30일 시작된 산불도 닷새째 꺼지지 않고 있다. 시속 50㎞의 강풍을 타고 이즈미르 도심까지 번진 불길은 현재까지 41개 마을 주민 5만여 명을 대피시키고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계속 확산 중이다.
한편, 스페인 동부 카탈루냐에서 발생한 산불은 폭우 덕에 가까스로 진화됐다. 그러나 이 불로 농부 2명이 숨지고 농경지 6500㏊(헥타르)가 잿더미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