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 산업부 "美 사과 수입 검토를"…통상 협상카드 급부상

◆트럼프 압박에 검역 완화 추진

농식품부에 전향적으로 검토 지시

美, 1993년부터 사과 수입 요구

관세 부과 직전 협상돌파구 활용

시장 개방땐 농가 강력반발 예상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연합뉴스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사과.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산 사과 수입을 통상 협상 카드 중 하나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25% 상호관세 유예가 8일 종료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가별로 최대 7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압박하자 비관세장벽 중 하나인 농산물 검역을 협상 카드로 꺼내 든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단 1개의 사과도 수입한 적이 없어 시장 개방 시 농가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수입 농축산물 검역 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에 미국산 사과 수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미국은 1993년 우리나라에 사과 수입 위험 분석을 신청한 바 있으나 33년째 8단계 검역 절차 중 2단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산 사과의 검역 절차가 수십 년 동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국내 농가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사과는 국내 전체 과일 중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과일로 재배 면적은 올해 기준 전국 노지 과수 재배 면적의 23.3%에 달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호주 등 사과 수입 위험 분석을 신청한 11개국 중 검역을 통과한 곳은 지금껏 단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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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국이 수년째 사과를 비롯한 농산물 수입 위험 분석 절차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 발표한 ‘2025 국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도 “사과, 11개 주(州)산 감자 등 미국의 여러 시장 접근 요청이 한국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보류되고 있다”며 “이 상품들의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 본부장 역시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미국 측은 농산물과 자동차·서비스 분야에서 시장 접근과 높은 수준의 규범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미 관세 협의 통상조약법 절차 추진 계획 등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미 관세 협의 통상조약법 절차 추진 계획 등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쌀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도 우리 정부가 사과 수입 카드를 검토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오늘날 여러 나라가 미국에 대해 얼마나 버릇없어졌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말하자면 일본은 엄청난 쌀 부족을 겪고 있는데도 우리 쌀을 수입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일본에서 쌀 품귀 현상으로 인한 쌀값 폭등 사태가 1년째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 역시 지난해 사과 공급 부족에 따른 사과값 폭등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 쌀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사과 가격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전년 동월 대비 최대 88.2%까지 폭등한 바 있다.

다만 생산량이 전 세계 2위인 미국산 사과가 들어올 경우 국내 사과 농가의 소득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후지(부사) 품종을 제외한 사과의 대미 관세율은 0%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연간 사과 생산량은 우리나라의 10배를 훌쩍 넘는 542만 6500톤에 달했다. 전 세계 수출량은 90만 톤에 육박했다.

한편 여 본부장은 사과 등 농산물 비관세장벽 완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을 포함한 각종 대미 무역적자 해소 방안 카드를 들고 이번 주말에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상호관세 부과 직전 막판 대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면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 본부장은 “주요 이슈별 우리 측 제안과 한미 상호 호혜적 산업 협력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협상 진행 경과에 따라 필요시 상호관세 유예 연장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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