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정책 브레인들이 잇따라 책을 출간했다.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인공지능(AI)혁신센터장은 ‘AI전쟁 2.0’을, 국정기획위원장에 임명된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기본사회’를 다룬 책을 최근 펴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달 ‘AI코리아’를 출간한 바 있다. 저자들이 이전부터 준비해온 책들이 공교롭게도 새 정부에서 요직을 맡게 된 시점에 출간돼 이 대통령의 정책 ‘키맨’들이 현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창이 되고 있다.
‘AI전쟁 2.0’은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가 질문을 던지고 하 수석이 대답을 하는 형식의 대담집이다. 현장을 동시에 섭렵한 국내 대표 AI 전문가인 이들은 2년 전 ‘AI전쟁’을 출간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올해 초 전세계가 딥시크 쇼크에 빠져 있을 때 하 수석이 “후속작을 쓸 때가 됐다”고 제안해 3~4달 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이번에 나왔다. 이번 저서는 전 세계 AI 기술의 발전상, 격화된 AI 경쟁 환경, AI 기술의 안정성, 한국의 현 주소 및 생존 전략을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간다. 챗GP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당시 출간된 ‘AI전쟁’에서 하 수석은 치열하게 펼쳐질 AI 경쟁을 예견하고 일찌감치 소버린 AI의 구축을 주장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지난 2년 간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미국과 중국 간 AI 경쟁은 격화됐고 경쟁국들은 우리를 앞질렀거나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왔다.
이번 책에서는 그 경쟁의 현주소 속에서 한국이 나아갈 전략을 다시 짚는다. 그가 진단하기에 격차가 큰 1·2위인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캐나다 등이 3위 그룹에 속해 있으며 아직 두각을 나타내는 3등은 없는 상태다. 하 수석은 한국이 이 그룹 내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고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인재 양성의 절박함을 강조한다. 일반인공지능(AGI) 시대를 앞둔 지금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사안이라는 경고도 담겨 있다.
경제 수장으로 지명된 구윤철 후보자의 ‘AI코리아’는 오랜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 해법에 초점을 맞췄다.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어떻게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한다. 나아가 AI 국제기구 유치 등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한다. 공공과 민간, 규제와 산업 육성의 균형이라는 오랜 과제를 AI 분야에 적용해 해법을 찾고자 하는 시도다.
이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위원장은 ‘기본사회’를 통해 ‘기본’을 중심에 둔 복지국가 비전을 구체화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의 기본적인 삶은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으며 이 위원장은 그 이론적 토대를 구축한 인물이다. 공동 저자인 은민수 고려대 학술연구교수, 김정훈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영민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등과 함께 논의와 정책 개발을 지속해왔다.
이 책은 ‘기본사회’ 개념이 흔히 혼동되는 ‘기본소득’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자들은 기본소득에 대한 공감은 있으나 전면 도입의 한계도 인식하고 있다. 대신 기존 제도의 보완과 개선을 통해 전 생애에 걸쳐 끊김 없는 소득 보장을 실현해야 한다는 실사구시적 접근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소득이 없는 청소년을 지원하면서 저출산 문제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18세까지 자녀당 월 20만 원 지급’ 정책을 제안한다.
다만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재정 조달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새 정부가 지향하는 사회적 비전과 정책 방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단초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