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상속·증여세에 막힌 '실버자산'…가구당 6.5억 돌파[Pick코노미]

1차 베이비부머 자산 4.4% 늘어

80% 부동산 묶여 세대이전 지연

경제활력 저해 상증세 개편 시급

2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2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끈 1차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자산이 가구당 6억 5000만 원을 돌파했다. 이들의 자산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세에 막혀 아래 세대로 이전되지 못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활력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통계청에 의뢰해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자산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가구당 자산은 지난해 기준 6억 5136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실버 세대의 자산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고 상속·증여 및 양도세 부담도 너무 높아 세대 간 이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산은 많지만 현금 흐름은 꽉 막힌 일종의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실버 세대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30~40%)보다 2배 이상 높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체계를 하루 빨리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고세율은 지나치게 높고 공제 금액은 낮아 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평균 자산 6억 5000만 원을 자녀에게 생전에 물려주려면 세금만 1억 2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 국세에서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국세 336조 5000억 원 중 상속·증여세는 15조 3000억 원으로 그 비중이 4.5%에 달했다. 이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도 빠른 속도다.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속세를 내는 사람들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2만 1193명에 달했다. 상속세 대상자는 2020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선 뒤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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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의 확대는 세금 회피를 줄이고 과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자산 이전 과정에서의 높은 세금 부담이 이전 자체를 미루게 만들고 이로 인해 고령층 자산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서 경제 전반의 소비·투자 여력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고령층 자산 대부분이 움직이기 어려운 형태라는 점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4022만 원, 이 가운데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은 4억 644만원으로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 가구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81.2%로 가장 높았다.

특히 잠재적인 피상속인이 될 60대의 경우 자산 2881조 원 중 약 2339조 원이 부동산에 잠겨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실물 자산 중에서도 대부분이 부동산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구 평균 자산의 3분의 2 이상이 비유동성 자산에 묶여 있는 셈이다. 고령층 자산은 유동화나 분할이 쉽지 않다. 미국 28.5%, 일본 37%, 영국 46.2%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부동산 집중도가 2배 이상 높다.

그사이 다른 나라들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자녀나 손자에게 연간 110만 엔(약 970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넘길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또 생전 증여 후 3년 내 사망 시 해당 금액을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하던 규정도 7년으로 늘렸다. 자산을 생전에 조기에 이전하도록 유도해 경제 안에서 돈이 돌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상속·증여세 제도 개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증여세 공제 한도를 높이거나 가족 간 신탁 활용을 늘리는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각각 8억 원과 10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 때문에 집 팔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속·증여세 완화는 공약에선 최종적으로 빠졌다.

전문가들은 고령 자산 잠김 현상이 해소돼야 창업, 자녀 교육 등 실물경제의 동력이 살아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부자 감세 문제를 넘어 경제 활력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문성 서울여대 교수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평가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상속세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세부담에 막혀…'실버자산' 가구당 6.5억 돌파혁신 막는 낡은 세제


서민우 기자·한동훈 기자·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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