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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가본 게 언제였더라"…빅3 동반 몰락에 시장 재편 더 빨라진다[이충희의 쓰리포인트]

①OTT·비싼 가격·대작 실종…상반기 관람객 전년비 30%↓

②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합병…"몸집 줄여 투자 유치"

③자본잠식 빠진 CGV, 아시아 자회사 강제 매각 돌입


"4인 가족이 다같이 영화보고 왔어요. 팝콘에 음료수까지 추가하니 돈 10만 원이 우습게 깨지네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가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던 영화관 산업이 다시 좌초하고 있다. 완전한 대세가 된 OTT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대작 실종 등 여러 이유가 혼합되며 이제는 턴어라운드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 것 같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2일 영화관 시장과 투자 업계에서는 국내 극장 2위와 3위 사업자인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추진하는 통합이 성공을 거둘지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 1위 사업자인 CGV가 해외 자회사 매각에 착수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향후 국내 영화관 사업자들의 지각 변동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①OTT·비싼 가격·대작 실종…상반기 관람객 전년비 30%↓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극장 전체 매출액은 4079억 원, 전체 관객수는 4250만 명에 불과했다. 2024년 상반기 전체 매출액 6103억 원, 전체 관객 수가 6293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각각 33.2%, 32.5% 감소한 수치다.

국내 영화 관람객 수는 2019년 2억 2668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코로나19 창궐 후인 2020년 5952만 명으로 급감했다. 2021년 6053만 명, 2022년 1억 1281만 명, 2023년 1억 2514만 명으로 점진적 회복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다시 1억 2313만 명으로 다시 감소 추세로 전환했다. 그리고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횟수가 예전처럼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예상한다. 2019년 1인당 연평균 관람 횟수는 4.37회였지만 지난해엔 2.4회로 급감했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무제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OTT의 존재가 영화관 몰락을 급속히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②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합병…"몸집 줄여 투자 유치"



올해 5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운영 법인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은 급기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는 건 더 이상 각자도생이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 사업자를 합치고 중복된 지역에서 영화관을 철수시켜 영업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한편, 인력과 조직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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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가 한몸이 되면 통합 법인은 스크린 수가 1682개로 CGV의 1346개를 일단 앞서게 된다. 시장 점유율 48%로 1위 사업자에 오를 예정이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이렇게 합병해 비용 효율화를 한다는 전제 하에 사모펀드 같은 재무적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 원의 투자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합병 법인은 이를 통해 영화관 사업자에서 콘텐츠 및 공간 사업자로 점진적 변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양사의 기본 바탕인 영화관 사업의 향후 전망이 워낙 어두운데다 회사별 적자가 깊이 누적돼 왔으며, 뚜렷한 신사업 방향이 아직 잘 안보인다는 점에서 실제 투자 유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가 업계에선 묻어나온다.



③자본잠식 빠진 CGV, 아시아 자회사 강제 매각 돌입

어려운 사정은 이 업계 1위인 CJ CGV(079160)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자본잠식이 빨라지고 있다. 엔데믹 이후 점진적으로 줄어들던 적자폭이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며 당기순손실도 1년 만에 39% 늘어난 1755억 원을 기록했다.

올 7월 1000억 원 규모로 조달하려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기관주문도 받지 못해 전량 미매각됐다. 미매각 물량은 주관 증권사들이 모두 떠안았다. 앞서 CJ CGV는 신종자본증권도 400억 원 발행을 목표로 했으나 100억 원만 모집되며 자금줄에 비상등이 켜졌다.

급기야 회사는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CGI홀딩스의 경영권 매각에 최근 착수했다. 경영권 매각에 나서는 건 과거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는 게 발단이 됐다.

CJ CGV는 2019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에 CGI홀딩스 지분 28.97%를 매각하며 3336억 원을 조달했다. 그러면서 당시 4년 내 이 회사를 기업가치 2조 원 이상으로 상장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만약 상장에 실패하면 투자금을 돌려주거나 이마저도 불발 시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강제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삽입됐다. 실제 CGI가 상장에 실패하고 CJ CGV도 투자금을 돌려줄 길이 없자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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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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