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영상]캄차카 8.8 대지진 '불의고리' 건드렸나…5m 쓰나미에 마을 초토화

30일 러시아 사할린 지역 세베로-쿠릴스크의 쓰나미 침수 피해 상황. 사진=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지구물리학 센터 제공30일 러시아 사할린 지역 세베로-쿠릴스크의 쓰나미 침수 피해 상황. 사진=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지구물리학 센터 제공




러시아 캄차카반도 부근에서 발생한 8.8 규모 초강진에 일본 북부 이와테현에서 1.3m 쓰나미가 관측됐다. 몇 시간 뒤 하와이 마우이섬 카훌루이에서는 높이 1.5m의 쓰나미가 포착됐다. 태평양 ‘불의 고리’에 위치한 캄차카 반도의 대지진으로 일본 사회를 달군 '7월 대지진설'이 7월의 마지막 날까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4분쯤 러시아 캄차카 반도 동남쪽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 인근(도심 기준 약 119km) 해역에서 깊이 19.3km, 리히터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규모 8.0으로 발표됐지만 이후 8.8로 상향 조정됐다.

이어 오후 12시16분쯤에도 캄차카반도 동쪽 근해에서 규모 8.7의 초강진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여진이 30건 이상 추가 발생했다.

쓰나미 피해로 러시아의 한 유치원 건물이 파괴됐다. 사진=러시아 비상사태부 제공쓰나미 피해로 러시아의 한 유치원 건물이 파괴됐다. 사진=러시아 비상사태부 제공


러시아 사할린서 높이 5m 쓰나미…비상사태 선포


지진 발생 이후 캄차카 일부 지역에서는 높이 3~4m의 쓰나미가 확인됐다. 캄차카반도와 접한 러시아 사할린 지역에서는 높이 5m의 쓰나미가 들이닥쳐 러시아 해안 도시를 강타했다.

러시아 쿠릴열도 끝자락 항구도시인 세베로-쿠릴스크에는 총 네 차례 쓰나미가 덮치며 해안 인근 마을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유치원 외벽이 무너지고, 강한 흔들림으로 인해 가구와 가전제품이 낙하하거나 정전 및 통신 장애가 일시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건물 간 파도가 흐르는가 하면, 컨테이너와 대형 잔해물이 휩쓸려 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솔로도프 캄차카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을 통해 “오늘 지진은 심각했고,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추가 피해를 우려해 쿠릴열도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해안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러시아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 캡처러시아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 캡처


일본 “쓰나미! 도망쳐!”…높이 1m30cm 해일 관측되기도


일본 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최대 3m의 쓰나미가 일본 해안 지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했다. 구체적으로 홋카이도·도호쿠·이바라키현·지바현 구주쿠리·미야자키현 등이다. 일본 NHK는 오전 10시부터 쓰나미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쓰나미! 피난! 도망쳐!"라는 자막을 반복 송출하며 대피를 독려하고 있다.



일본 니테레뉴스 보도 영상 캡처일본 니테레뉴스 보도 영상 캡처


일본은 홋카이도와 혼슈 태평양 연안부에 쓰나미 경보를, 규슈와 시코쿠 태평양 연안부 및 홋카이도 북부 등에는 대피령을 각각 발령했다. 총 21개 지방자치단체 190만명에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피해 지역의 항공편·철도·페리 등의 운항이 중단됐고, 고속도로도 일부 폐쇄됐다. 닛산은 공장 가동도 멈췄다.



아직까지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추가 쓰나미 가능성을 우려한 당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후 이와테현에서는 1m 30cm 높이의 쓰나미가 관측되기도 했다. 일본 기상청은 "긴 시간 반복해 덮쳐 오는 해일 특성상 적어도 하루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쓰나미 경보 해제 때까지 대피 상태를 유지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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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1952년에도 캄차카반도에서 규모 9.0의 강진이 일어나 일본에 최고 높이 3m의 쓰나미가 도달했고, 주택 약 1200채가 침수됐다.

하와이에서도 1.5m 쓰나미…동일본대지진 당시에도 피해 커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하와이 주도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 할레이바 해안선에서 29일(현지시간) 오후 7시48분(한국 시간 오후 2시48분)께 높이 1.2m의 쓰나미가 감지됐다. 마우이섬 카훌루이에서는 높이 1.5m의 쓰나미 웨이브가 감지됐다고 전했다.

호놀룰루 당국은 쓰나미 발생 직후 X(구 트위터)를 통해 "지금 당장 행동하라"라며 "쓰나미 웨이브가 현재 하와이를 강타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하와이에서는 사전 경고로 대피소 개방과 고지대로의 대피 등이 이뤄졌다. 당국은 경고문에서 "파괴적인 쓰나미가 예상된다"라며 "대피 지도에 따라 위험 지역에서 대피하거나 최소 10층 건물 내 4층 이상으로 이동하라"라고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3m의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와이 여행객들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대피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하와이 여행객들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대피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와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0.9~3m의 쓰나미를 겪었다. 당시 하와이에서 발생한 최대 쓰나미는 3.6m에 달했다고 한다. CNN은 당시 몇 시간에 걸쳐 경고가 이뤄졌음에도 선박이 파도에 휩쓸리거나 호텔이 침수되는 등 750만 달러(약 103억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쓰나미 위협도 유사한 리스크를 수반한다"라고 했다.

미국은 케이프 멘도시노에서 오리건과의 주 경계까지 서부 연안 일부 지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나머지 태평양 연안 일대에는 쓰나미 주의보가 내려졌으며, 하와이와 괌, 알래스카 지역도 쓰나미 경보·주의보 영향권에 이름을 올렸다.

‘불의 고리' 또다시 흔들… 日 7월 대지진설 다시 고개


칠레, 솔로몬 제도 해안 지역, 뉴질랜드 남쪽 해안 지역에서도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에콰도르 일부 해안 지역에서는 3m 이상의 쓰나미가 예상됐다.

중국도 이날 해일 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중국 자연자원부 해일경보센터는 쓰나미가 상하이·저우산 등 중국 동부 연안 지역과 대만 타이베이·핀둥·타이둥·화롄 등에 재해성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가 본 미래' 완전판. 사진=일본 마이니치신문'내가 본 미래' 완전판. 사진=일본 마이니치신문


이번에 러시아 캄차카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8.8 지진은 1952년 11월 4일 규모 9.0 지진이 발생한 이후 73년 만에 최대 규모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가장 강력하며 20세기 이후 규모를 따질 때 6번째에 해당한다. 캄차카반도는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다만 규모 8.0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수십 년 만이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번 강진을 “특이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지구물리조사국 지역지부는 이날 텔레그램 공식 채널을 통해 “진앙지는 지난 20일 캄차카반도에서 발생한 지진과 가까운 곳”이라며 “최대 한 달 간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강진 소식이 퍼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7월 대지진설이 사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7월 대지진설'은 과거 동일본대지진을 예견했다는 만화 '내가 본 미래' 속 예언이나 유튜브발 괴담이 확산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예언이 명시한 날짜인 7월 5일은 큰일 없이 지나갔지만, 이후에도 "이번 달 안에 올 것"이라는 불안이 계속됐고 실제로 7월 말에 인근에서 강진이 발생하면서 불안심리는 다시 확산되고 있다.


강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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