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몽골 진출 3년 차인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사업 철수의 위기에 몰렸다. 2018년 4월 현지 파트너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MFC) 계약을 체결하며 몽골에 첫발을 내디딘 후 같은 해 8월 현지 1~6호점을 동시 오픈한 데 이어 약 30개의 점포를 오픈했을 당시였다. 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되면서 점포당 일매출이 순식간에 50만 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파트너사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마저 나왔다. 임형근 BGF리테일 해외사업실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며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이 시기를 지나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팬데믹 한가운데 몽골 진출을 준비하던 GS25도 상황은 비슷했다. 상품MD, 개발, 물류 등 각 분야의 세팅 멤버들이 7개월간 화상회의를 통해서만 노하우를 전달해야 했다. 오트공자야 디지털콘셉트 전략팀 헤드는 “코로나19로 1호점 오픈 시점이 4차례나 지연됐다”며 “기존에 없던 한국의 편의점 시스템을 화상으로만 전수받고 현지에 적용하는 과정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몽골 현지의 사업 환경은 더욱 고난도의 대내 변수였다. 추운 날씨와 유목 생활 특성상 음식 저장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데다 오랜 기간 공산주의 통치로 제조 시설들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신선식품을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었다. 이순호 BGF리테일 해외사업실 해외사업운영팀 책임은 “한국 편의점이 들어오기 전까지 몽골에는 김밥,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을 만드는 공장이 전무했고 제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었다”며 “CU가 식품 공장을 만들었을 때 몽골 대통령이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제조기반이 낙후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U와 GS25는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해 신선식품 생산 공장을 만들고 물류센터를 구축하면서 현지에 K편의점 DNA를 이식하기 시작했다. 이렇다 할 소매점이 없는 몽골에 한국식 편의점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신선한 먹거리와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이들은 몽골 인구의 10분의 1이 한국에 방문 경험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높다는 점과 현지에서 부는 K푸드 열풍을 놓치지 않고 이를 현지 식(食)문화와 결합해 몽골인들의 생활 속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몽골 울란바토르 서울의 거리에 위치한 GS25 트윈타워점에서는 한강라면기계가 열심히 가동 중이었다. 한쪽 벽을 K라면으로 가득 채운 점포에서는 블랙핑크의 신곡이 흘러나왔다. 직장인 바트쳉겔 씨는 “일주일에 네댓 번은 편의점에 방문한다”며 “주로 라면과 꼬치류를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실제 거리에서 만난 몽골인 상당수가 서툴지만 한국말을 구사했다. 지드래곤, BTS 등 K컬처는 편의점 확산에 불을 지폈다. 예컨대 지드래곤이 참여해 만든 CU의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은 올해 4월 한국 출시 2개월 만에 몽골로 수출됐다. 202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편의점 히트상품이 현지에 수출되기까지 최소 2년이 걸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지에서 만난 몽골인들은 “한국식 편의점이 삶의 일부로 뿌리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 편의점이란 CU, GS25 그 자체다. 2018년 CU가 몽골에 진출하고 3년 후인 2021년 GS25도 몽골 시장에 뛰어들면서 양 사 간 치열한 경쟁은 현지 편의점 산업의 성장을 주도했다. 양 사 모두 현지 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본사가 현지 기업에 브랜드 사용 권한 및 매장 개설, 사업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수취하는 방식)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영위 중이다.
실제 CU와 GS25의 몽골 매출액 합산은 2021년 417억 8600만 원에서 2022년 1367억 1700만 원으로 급증했고 2023년 2322억 8300만 원, 지난해 3441억 97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7월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업체가 해외에서 운영 중인 전체 점포(1450개)의 절반 이상인 767개가 몽골에 위치해 있다. 몽골 편의점의 점당 평균 객수는 한국의 2배이며, 점당 일평균 매출도 한국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 몽골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6653달러로 한국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인구수는 351만 명으로 한국의 15분의 1인 몽골에서 K편의점이 일군 성과다.
CU는 현지 진출 6년 만인 지난해부터 수익화에도 성공했다. 현지 파트너사인 ‘프리미엄넥서스’에 따르면 2023년 327억 투그릭(127억 5300만 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74억 투그릭(184억 8600만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로써 BGF리테일은 과거 일본 ‘훼미리마트’에 로열티를 내던 프랜차이지 기업에서 2012년 독자 브랜드로 전환한 후 프랜차이저 기업으로 성공한 대표 사례가 됐다.
업계는 앞으로도 몽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당분간 공격적으로 출점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 1992년 민주화 전환과 자본주의 도입으로 도심으로 인구가 몰려들고 빠른 성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이용객이 많은 편의점 특성상 몽골의 인구구조와 성장세는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몽골은 평균연령이 28.5세이며 18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 울란바토르의 인구는 매년 5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한용희 GS리테일 해외사업팀 치프 겸 디지털콘셉트 부대표는 “몽골 점포는 한국과 달리 즉석 먹거리 매출 비중이 높다”며 “한편 제대로 된 문화 시설이 부족해 앞으로는 분식집·노래방·스터디카페 등 문화와 먹거리를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점포도 출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