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투명한 심사정보 공개를 위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의약품 허가신청서에 대한 보완점을 대중에게 공개키로 했지만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부정적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신약개발의 효율성과 공정한 기업가치 평가 등을 위해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식약처는 14일 미 FDA의 보완요구서한(CRL) 공개와 관련한 국내 정책 변경에 대해 "법률적 검토와 기업 협의 등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 할 정책"이라며 “현재까지 미국만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공개 가능 범위를 둘러싼 미국과 한국의 법적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국내 도입 불가 방침을 전한 것이다.
CRL은 의약품 심사 과정에서 FDA가 승인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기업에게 보내는 공식 서면 통지다. 승인 거절의 구체적 사유, 추가로 요구되는 보완 사항 등이 담겨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CRL 내용을 검토해 보완한 뒤 재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기업들에 발송하는 ‘품목허가 반려 결정 통지서’가 비슷한 역할을 한다.
FDA는 올 7월 “기업들이 승인거절 사유를 축소하거나 왜곡해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며 영업기밀과 개인정보를 제외한 CRL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7월 승인된 의약품과 관련된 202개의 CRL을 홈페이지에 공개했고, 이달에도 미승인 의약품의 CRL 89건을 추가 공개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CRL도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올 3월 발송된 HLB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CRL이 공개됐다. HLB 측이 그동안 불승인 사유로 밝혀온 항서제약의 생산시설(CMC) 결함 해소와 안전성 자료 최신화 등이 CRL을 통해 확인되며 시장의 신뢰가 높아졌다. 이외에도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휴젤 등이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제품의 CRL도 공개됐다.
시장에서는 식약처도 품목허가 반려 결정 통지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신약개발 현황과 관련한 시장의 관심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공시를 통해 대략적인 보완 사유를 알 수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면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기다려야 한다”며 “이마저도 공식 서류가 아닌 자문기구 의견이고 공개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공개 범위를 확대하면 허가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