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오징어게임’의 대형 ‘영희’ 피규어가 영상 수집품 저장 공간 부족으로 길거리에 방치되고 있다. K콘텐츠의 역대급 흥행 속에 보존이 필요한 수집품 수가 늘고 있지만 국내 유일 영상 아카이브 보존 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이 만성적인 저장 공간 부족에 시달리면서 기록물 관리에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2030년에 모든 수장고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서울경제신문이 15일 한국영상자료원의 수장고 포화율을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기준 필름 수장고의 경우 포화율이 9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장고별로 보면 서울 상암 본원의 경우 97%가 차 있고 파주보존센터의 포화율도 90%에 달한다.
필름은 방치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산화 증후군’이 일어나 물리적 손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약품 처리나 디지털화 작업이 필수적인데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진행이 더딘 상황이다. 국내 영화감독 1세대인 신상옥 감독의 대표작인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년)’의 경우 필름 원본의 초산화 등급이 ‘3등급’에 달해 당장 보존 처리가 필요한 상태다.
박물류의 상태는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 한국영상자료원의 소형 박물류 수장고 포화율은 75.7%다. 하지만 현재 수집돼 임시 적재 중인 기록물을 모두 보관할 경우 포화율은 100%가 된다. 이마저도 대형 박물류의 경우는 별도 수장고가 없어 지하주차장이나 야외에 임시 적재 중이다.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에 사용된 택시는 저장 공간 부족을 이유로 수집조차 못했다.
이 의원은 “K콘텐츠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한국영상자료원은 수장고 확장 예산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며 “미래 유산이 될 영상·소품 자료들을 안전하게 보존·관리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