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韓 노동생산성 OECD 22위… ‘유연화 개혁’ 失期 말아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공공기관노동자 총파업·총력투쟁대회에서 공공성 강화, 노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공공기관노동자 총파업·총력투쟁대회에서 공공성 강화, 노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주요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와 연구해 22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6만 50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벨기에(12만 5000달러)의 절반 수준이며 프랑스·독일(9만 9000달러), 영국(10만 1000달러)과도 차이가 컸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18년 이후 임금 상승률(연평균 4.0%)이 생산성 증가율(1.7%)을 크게 웃돌며 불균형이 확대·증폭되고 있는 산업 현장의 부조리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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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노동생산성이 임금 상승률을 크게 밑도는 부조화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정부와 노동계는 주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생산성 혁신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필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와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업이야 인건비 상승을 어느 정도 흡수할 여력이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중소기업에는 생사가 달렸다.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부익부빈익빈’을 심화시키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굳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가칭)’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주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양대 노총 등과의 만남에서 ‘노동 유연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계도 같은 이유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전환, 합리적인 취업 규칙 변경, 첨단산업에 대한 주52시간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파고가 거세지는 지금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유연화 등 구조 개혁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고용 유연성 확대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언급이 말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당정은 실효성 있는 유연화가 앞당겨질 수 있도록 정책과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기업과 근로자는 경제를 떠받치는 ‘두 날개’다. 노동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상승은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라는 부메랑이 돼 경제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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