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와 관련해 '선불(up front)'이라고 표현했다. 한미가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의 구성을 놓고 대규모 현금투자냐(미국 입장), 대규모 대출 혹은 보증이냐(한국 입장)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현금 투자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향후 한미 관세 협상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에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틱톡 미국사업법인 매수안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알다시피 우리는 무역협상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며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과도 잘 진행 중"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4년 동안 다른 나라로부터 제대로 대우받은 적이 거의 없다"며 "하지만 지금은 잘하고 있다. 이렇게 잘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 다음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부과되고 협정이 체결되면서, 한 사례만 봐도 9500억달러를 확보했다"며 "알다시피 일본은 5500억달러, 한국은 3500억달러다. 이건 선불(up front)로 받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9500억달러는 유럽연합(EU)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언급은 지난 7월에도 나온 적이 있다. 7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워싱턴DC 본관 리모델링 현장을 깜짝 방문해 막 체결된 일본과의 무역합의를 설명하며 "일본은 관세를 낮추기 위해 5500억달러를 선불로 줬다"며 "대출 같은 게 아니다. 이는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라고 주장했다. 문맥상으로 보면 대출이나 보증이 아닌 대규모 정부 재정 투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3500억달러는 우리 돈으로 약 493조 원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 약 20%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한국은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 펀드의 구성과 관련해 현금을 통한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대출과 보증으로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지분 투자 방식으로 달러 현금을 한국에서 받아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투자 이익도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등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을 제공할 경우 한국이 상당한 외환 리스크를 지게 된다는 점에서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통화스와프가 체결이 돼도 3500억 달러 전부를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우리 정부는 펀드가 투자하는 곳이 상업적 합리성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한국의 대미 투자에서 큰 부분을 현금 투자로 집행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한미 무역협상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