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이민자들의 영주권 취득 조건으로 높은 영어 수준과 사회봉사 등을 제시하며 문턱을 높일 계획이다. 단순히 체류 기간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영구 정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29일(현지 시간) BBC에 따르면 샤바나 마무드 내무장관은 이날 열리는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합법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받기 위한 이 같은 내용의 새로운 조건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운 정책에서 합법 이민자들은 높은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갖추고, 범죄 기록이 없으며,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현재는 5년 체류 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노동당 정부는 이 기간을 10년으로 두 배 연장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이민 축소 정책의 일환으로 이 같은 방안을 발표한 뒤 사회 협의 기간을 거치고 있다.
영주권 취득을 위해서는 국민보험료 납부, 복지 혜택 미수령, 지역사회 기여 등의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기술이나 기여도가 있는 외국인의 경우 더 빨리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번 정책은 최근 빠른 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는 우익 성향의 영국개혁당과 차별화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지지율 1위인 영국개혁당은 최근 집권시 영주권을 아예 폐지하고 5년마다 갱신이 필요한 새로운 비자로 대체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전날 BBC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인종차별적이고 부도덕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개혁당의 방식대로라면 수십년간 영국에 기여해온 노동자들을 집과 가족으로부터 떠나도록 강요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게 노동당의 입장이다. 마무드 장관 역시 이날 연설에서 "애국심이 민족주의 같은 것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할 방침이라고 BBC는 전했다. 마무드 장관은 이민자 수용이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카슈미르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자신의 부모님 이야기도 언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