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흘 가까이 이어진 추석 황금연휴 동안 유통가의 희비가 엇갈렸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비까지 내리면서 백화점과 아웃렛에는 쇼핑 인파가 몰린 반면, 대형마트는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3일부터 9일까지 이어진 추석 연휴 기간 백화점 3사의 일평균 매출은 지난해 추석 연휴(9월 14∼18일)보다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35.0%, 신세계백화점은 25.5%, 현대백화점은 25.2% 각각 증가했다. 일평균 방문 고객 수도 25% 이상 늘었다.
백화점 업계는 매출 상승 요인으로 날씨를 꼽았다. 올해 추석 연휴 서울의 평균기온은 17.6∼22.5도로, 지난해(26.8∼29.4도)보다 7도 가까이 낮았다. 작년엔 이른 추석 탓에 늦더위가 이어져 아우터 판매가 11월 이후에야 본격화됐지만 올해는 10월 연휴에 비까지 내리며 소비자들의 가을·겨울 의류 구매가 앞당겨졌다.
패션 부문 매출은 특히 두드러졌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추석 대비 35.0%, 신세계백화점은 46.5%, 현대백화점은 50.0% 각각 늘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궂은 날씨로 실내에서 여가를 즐기는 ‘백캉스’ 고객이 늘었고 쌀쌀한 날씨 덕분에 아우터 판매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연휴 동안 서울의 명소인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에는 150만 명의 방문객이 몰렸고, 수도권 아웃렛에서도 고객 발길이 이어졌다. 신세계사이먼은 추석 연휴 기간 수도권 아웃렛 점포의 입차 수가 지난해보다 15%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포츠·아웃도어 상품 매출도 크게 뛰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추석 연휴 일평균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5%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 중 점포 수가 4개 줄면서 일평균 매출이 20% 이상 하락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명절 매출은 대체로 연휴 하루 전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추석 이후에도 긴 연휴가 이어지면서 일평균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9일 중 이마트 전체 매출의 65%가 연휴 전반 사흘(3∼5일)에 집중됐다.
대형마트에서는 그나마 축산 매출이 버팀목이 됐다. 한우와 오리고기 판매가 늘었고, 초밥·치킨·즉석밥·냉장 간편요리 등 간편식 제품이 꾸준히 팔리면서 전체 매출 감소폭을 다소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