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인 피터 하윗 미 브라운대 교수는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하 수석의 지도교수였던 하윗 교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이론 구축’이라는 공로로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 수석은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며 하윗 교수의 지도를 받은 마지막 세대로 꼽힌다. 귀국 후 그는 내수 중심 성장 전략, 중소기업 기술 혁신, 인적자본 축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며 혁신 중심 성장 철학을 정책 현장에 적용해왔다.
하 수석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하윗 교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에 “아주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고 반기며 “혁신이 지속 성장을 주도한다는 슘페터 이론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정부의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설명했다”며 “맹목적인 신자유주의 성장 논리와 달리 기업의 이윤 동기가 정책과 환경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윗 교수와 공동 연구로 함께 수상한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드프랑스 경제학과 교수 역시 재벌과 산업구조 변화를 분석하며 한국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다.
그는 2021년 한국은행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아기옹-하윗' 모형을 한국 사례에 적용해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투자 주도 성장’에서 ‘혁신 주도 성장’으로 전환했음을 사업장 단위 미시자료로 실증했다. 연구 결과 외환위기 이전 재벌 기업 매출 비중이 높았던 산업에서는 비재벌 기업의 총요소생산성(TFP)이 크게 상승했지만 재벌 기업의 생산성 변화는 미미했다. 당시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조강철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연구 경험을 회고하며 “대학원 시절 함께 시작한 논문을 한은 복귀 후 완성해 ‘BOK 경제연구’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한은을 휴직하고 IMF에서 근무 중이다.
이어 그는 “교수님께서 농담을 섞어가며 질문을 많이 하셔서 세미나가 화기애애했다”면서 “교수님은 매우 겸손하고 인간관계가 좋아 많은 학자들과 공동 작업을 하면서도 논문 작업 시 아침식사를 겸한 짧은 미팅만으로도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셨다”고 말했다.
아기옹 교수는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여러 차례 언급한 인물이기도 하다. 강 실장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 페이스북에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자본주의에 대해 적으면서 아기옹의 책 ‘창조적 파괴의 힘’을 인용한 바 있다.
또 다른 공동 수상자인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지식경제학과 혁신 연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노스웨스턴대 박사 학위를 받은 문성욱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모키어 교수 수업은 과학과 기술이 경제성장과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깊이 이해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은 단발적 성공이 아니라 지속적 축적을 통해 경제 전반에 확산될 수 있다”며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이 한국 경제정책 및 학문적 토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