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일본 궁중문화는 한국·중국과 어떻게 다를까

국립고궁박물관 ‘천년의 日궁정문화’ 특별전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관련 유물 39점 전시

17일 개막한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에 전시된 일본 궁중여성의 정복 모습. 연합뉴스17일 개막한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에 전시된 일본 궁중여성의 정복 모습. 연합뉴스




일본의 왕실과 관련된 궁중문화를 가까이에서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한반도 이주민들을 주체로 세워진 나라인 일본의 왕실이, 선조 격인 한국과 중국과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비슷한지 파악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로 기대된다. 기존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영주나 무사들의 문화와는 또 다른 양식이다.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용재)은 12월 18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박물관 개관 2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도쿄국립박물관(관장 후지와라 마코토)과 특별 협력으로, 일본의 왕실과 궁중 문화를 국내에 최초로 소개하는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왕실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전문 박물관으로서, 지난 2005년 개관 이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왕실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왔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고궁박물관과 도쿄국립박물관이 작년 9월 학술·문화 교류 등을 위해 체결한 업무협약의 성과로,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일본 궁정문화와 관련한 회화·공예·복식·악기 등 39점을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주제에서 ‘궁정(宮廷)’은 왕실을 의미하는 일본식 용어로, 일본이 자신들의 임금을 ‘천황(덴노)’라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일왕이라고 하는 것과 차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본 용어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반면 우리는 비슷한 의미로 ‘궁중(宮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17일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특별전이 진행중이다. 오른쪽은 다다미방의 공간을 나눌 때 사용한 장막이고 왼쪽은 장지문 병풍(중국 성현 32명 모사)다. 연합뉴스17일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특별전이 진행중이다. 오른쪽은 다다미방의 공간을 나눌 때 사용한 장막이고 왼쪽은 장지문 병풍(중국 성현 32명 모사)다. 연합뉴스




한반도 이주민이 세운 나라인 일본은 신라의 통일 이후 한반도와 교류를 대부분 끊고 반대로 중국(당)의 체제에 몰두하며 나라 시대(710~794)에 드디어 일본 독자적인 왕실 문화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후 점차 풍토에 맞추어 변화해 갔고, 지금의 교토인 ‘헤이안쿄’로 천도하며 시작된 헤이안 시대(794~1185)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가마쿠라 막부(1192~1333) 시대로 접어들며 무사들에게 권력이 넘어가자 왕실 문화는 쇠락하였으나, 에도 막부(1603~1868) 성립 후 정세가 안정되자 다시 이를 복원해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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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한 다양한 종류의 일본 궁중유물이 소개된다. 우선 ‘궁정 정전을 장식한 장지문의 그림을 그린 병풍’은 일본 교토 왕궁(고쇼·御所)의 정전인 시신덴(紫宸殿·자신전)의 어좌 뒤편에 설치되었던 장지문 그림으로, 중국의 성현 32명을 주제로 하고 있어 당시 당나라의 영향을 받아 자리잡은 일본 궁중문화의 특색을 보여준다. 일본 왕궁의 관료와 궁인이 착용했던 ‘정복’ 등 전통 복식을 통해서는 상·하의를 수차례 겹쳐 입고 뒷자락을 길게 늘어뜨리는 일본 궁중 복식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8세기경에 완성된 전통적인 일본 궁중의 건축 양식과 그에 맞게 제작된 ‘히교사(궁궐 내 후비들의 거처)에서 사용하던 가구’ 등 실내장식품, 다양한 일본 궁중의례의 종류와 모습을 담은 ‘궁정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화첩’ 등의 기록화, 일본의 전통 궁중음악인 가가쿠와 무용인 부가쿠와 관련한 복식과 악기도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의 궁중음악은 일본 고대부터 전래된 전통악과 당, 신라, 백제, 고구려 등의 영향을 받은 외래악으로 구성되어 8세기경 정립됐으며, 그 원형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17일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특별전에 전시된 에도시대 후비들의 거처인 히교샤에서 사용하던 가구들. 뉴스117일 ‘천년을 흘러온 시간: 일본의 궁정문화’ 특별전에 전시된 에도시대 후비들의 거처인 히교샤에서 사용하던 가구들. 뉴스1


12월 24일부터 매일 1회(오후 2시) 전문 안내원(도슨트)의 전시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전시와 연계해 ‘일본의 궁정문화’와 ‘세계의 왕실문화와 국립고궁박물관’을 주제로 한 2차례의 특별강연(2026년 1월 20일과 2월 3일)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 관장은 “일본 궁정문화에 대해 알져진 바가 많지 않다”며 “이번 전시로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과 일본 양국간의 상호 교류를 위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수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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