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6월 선물ㆍ옵션 동시 만기일을 맞아 기존 매도 포지션을 대거 이월(롤오버)하면서 증시 장기 조정에 베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93포인트(0.57%) 하락한 2,071.42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6,600억원 어치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외국인들이 이날 선물ㆍ옵션 동시만기일을 맞아 선물 매도차익잔고를 청산하지 않고 대부분 다음 월물로 롤오버한 데 대해 외국인이 조정 장기화를 예상하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초 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만기일엔 외국인들이 기존 매도차익잔고를 일부 청산해 증시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롤오버를 하면서 지난 7일까지만 해도 1.50포인트 전후에서 형성됐던 6월물과 9월물간의 선물 가격 차이가 이날 장중 0.7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스프레드(선물 가격차이) 값이 하락했다는 것은 코스피200지수선물 9월물의 가격이 그만큼 싸진 것으로 외국인들이 앞으로 3개월 뒤의 주가상승여력이 많지 않다고 판단했단 의미다. 외국인들은 누적 기준으로 3만 계약 수준의 매도 포지션 물량을 이월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이월한 3만 계약의 매도포지션 규모는 최근 1년 사이 가장 큰 규모”라며 “지난주까진 부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으나 외국인들이 최근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장기 주가조정에 적극 베팅하는 이유로 글로벌 경기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특히 뉴욕증시가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의 조정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증시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게 나왔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선물 9월물의 가격이 예상보다 너무 떨어졌다”며 “최근 미국 시장이 좋지 않으니 외국인들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경기모멘텀이 둔화됐기 때문에 당분간 의미 있는 반등을 꾀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