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정권의 고위인사가 불법 로비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저축은행 비리 사건이 초대형 권력형 비리로 비화할 조짐이 커지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창구로 지목된 금융브로커 윤여성(56∙구속)씨의 뇌물을 받은 금융감독원 전∙현직 고위직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데다 이명박(MB)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은진수(50) 전 감사위원(차관급)이 수억원대의 검은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이던 은 전 위원의 개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번 사건이 MB 정권 후반기에 치명타를 입힐 초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MB 정부 창업공신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은 전 위원이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르면 이번주 말께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저축은행 로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은 전 위원의 형 현수씨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구속된 금융 브로커 윤씨가 검찰 조사에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정치권 로비 대상자들을 하나둘 거론하고 있어 조만간 은 전 위원 외에 정관계 유력 인사의 줄소환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예측하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지난해부터 비리와 부실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금융권과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은 전 위원이 이 과정에서 지난해 감사원의 부산저축은행그룹 관련 감사정보를 빼내고 감사결과 발표 시기를 올해 초로 늦추는 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은 전 위원이 윤씨에게 친형의 일자리를 부탁해 지방의 한 호텔 카지노 감사자리를 소개받았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밖에 부산저축은행이 호남지역 마당발로 불리는 박형선(59) 해동건설 회장을 통해 로비를 벌였다는 단서를 잡고 MB 정권뿐 아니라 참여정부 고위직의 연루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정치권 로비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전∙현직 정권의 고위 관계자 연루 사실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법조개혁 논의 속에서 폐지 대상으로까지 내몰렸던 대검중수부가 이번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중수부 폐지 반대의 명분을 확실히 심어주기 위해 대어급 정관계 로비 대상자 규명에까지 수사를 몰아붙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당초 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대검 중수2과를 중심으로 수사가 시작됐지만 수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첨단범죄수사과(옛 중수3과)와 중수1과가 차례로 합류, 100여명의 수사인력이 투입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