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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자곡동 지하철 수서역에서 분당 방향의 골목으로 5분 가량 올라가면 대모산 기슭에 자리잡은 탄허 대종사 기념 박물관이 나타난다. 이 지역은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그린벨트 지역이라 새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주변 환경은 쾌적한 편이다. 야트막한 오르막에 자리잡은 박물관은 전체적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단아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물 외관을 뒤 덮은 불교의 경전이다. 불교 경전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에 평생을 바쳤던 탄허 스님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건물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박물관 부지의 1층은 근린생활 시설 등과 접해 있어 필로티로 처리해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지상 2층에 있는 대강당으로 접근하는 주 진입로는 일상에서 수행으로 떠나는 일종의 관문이다. 건축가는 문으로 들어가는 길 옆에 줄지어 늘어선 108개의 기둥을 만들었다. 108 번뇌를 뿌리치고 수행의 문으로 들어가라는 암시다. 지상 2층 대강당에 들어서면 북측으로는 수공간과 함께 대모산이 힐끗 보인다. 남측으로는 자신이 지나온 108개의 기둥 너머로 저 멀리 도시적 풍경과 만나게 된다. 도시와 자연이 맞닿는 가변적인 공간 속에 수행과 배움을 위한 강당이 자리한 것이다. 3층에 자리한 전시공간과 예불공간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두 번째 관문이다. 단순히 상하부를 연결하는 계단에 아니라 옆으로 또 한번 줄지어선 기둥들이 또 다른 공간으로의 변화를 예고 한다. 3층에 올라가면 은은하게 스며드는 햇살 속에 석불이 보인다. 이는 전통 사찰에서 대웅전에 진입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적 건물 안에서 불교 사찰의 경건함이 물씬 풍긴다. 설계자는 이 밖에도 건물 외관에 다양한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했다. 건물 외관 좌측 상단에는 형형색색의 단청도 볼 수 있다. 단청은 원래 목조건물에 여러 가지 빛깔로 무늬를 그려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 건물에서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서도 단청이 은근한 조화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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