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보다 수학을 잘하는 국제고, 외국어고보다 영어 성적이 뛰어난 과학고….’
지난 16년간의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을 분석한 결과 특수목적고들이 설립 목적에 걸맞은 영역별 비교우위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특목고가 학교 다양화와 특성화라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기보다는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을 싹쓸이해 대학입시 명문교로 변질됐음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제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강상진 연세대 교수가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린 수능 및 학업성취도평가 분석연구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5ㆍ31 교육개혁 이후의 고교 간 교육격차 추세 분석’ 논문에 따르면 외고 학생의 수능 외국어영역 성적은 지난 2006학년도까지 66~59점으로 과학고(71~60점)에 비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뒤졌다 2007학년도부터 2~8점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국제고 학생은 2005학년도까지는 수리영역에서 69~66점으로 과학고 학생(68~63점)을 앞질렀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특목고 교육과정의 특수성과 수능 성적과의 연관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특목고 학생들의 우수한 수능 성적은 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효과라기보다는 전국 수준 또는 광역시와 도 단위 전체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선발효과’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과학고 학생의 수리영역 성적이 1995학년도부터 2001학년도 사이에 82점에서 62점으로 급락했는데 이는 이 기간 과학고와 외고가 늘어남에 따라 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화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정부는 특목고가 학교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을 강화하도록 하고 특목고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또 일반계고가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현 자율형사립고)보다 현저하게 수능 성적 평균이 낮게 나타나는 등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이 오히려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능 성적 분석 결과 전체 외국어고 백분위 50에 해당하는 학생의 수능 성적은 일반계고의 상위 16%에 해당하는 수능 성적과 대등했다. 외고는 일반계고보다 수능 언어영역은 평균 6점 내외, 수리와 외국어는 각각 10점 안팎가량 높았는데 이 같은 차이는 지난 16년간 꾸준히 이어졌다.
수능시험 점수가 가장 높은 고교는 과학고와 국제고로 2002학년도에 처음 졸업생을 배출한 국제고는 언어(66~62점)와 외국어(67~63점)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02학년도부터 2005학년도까지 언어ㆍ수리ㆍ외국어 등의 영역에서 ‘국제고→과학고→외고→자사고→일반계고’의 순으로 수능 평균점수 서열화가 이뤄졌다.
강 교수는 “최근 들어 지역 간, 학교 간 교육격차가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크다”면서“학교 선택을 통한 고교 다양화는 서열화로 귀결되는 만큼 선택과목 확대를 통한 교육과정 다양화와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전형과의 순조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고교 교육을 다양화하고 학교 간 격차를 줄이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