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李賢雨 사회부장)『건설업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담합과 부실공사를 막기위해서는 발주자가 제값을 줘야합니다. 업체가 제대로 공사를 해야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구요. 그래서 「제대로 일하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풍토정착에 힘을 쏟겠습니다.』
최근 임기 3년의 대한건설협회 21대회장에 취임한 ㈜대우건설부문 장영수(64)총괄사장은 『건설업계의 발전과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대로 일하고 제값받는게 중요하다』며 『이것은 회장선거 출마당시의 공약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건설관련단체의 맏형격인 대한건설협회는 창립52주년을 맞은 올해 중요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사람으로 치자면 하늘의 뜻을 알 나이지만 IMF체제 이후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맞도록 체질을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이 지금까지 줄곧 오너출신이 맡아오던 회장직을 처음으로 전문경영인에게 맡김으로써 새로운 시험대에 서게됐다.
4,300여개 회원 건설업체들을 이끌어나갈 張회장을 만나 협회운영방안과 건설업게의 당면과제 및 발전방안을 들어봤다.
-취임을 축하합니다. 역대 건설협회장으로는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당선된 터라 소감이 남다르리라 여겨집니다.
▲IMF침체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있는 때 회장을 맡게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더욱이 회원사들이 사상처음 경선을 통해 저를 뽑아줬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건설인 여러분이 제게 업계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신거라 생각하고 3년 임기동안 열심히 뛰겠습니다.
-경선을 치렀기 때문에 업계 응집력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의 단결과 발전을 위한 구상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기우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저는 이번 선거처럼 건설업계가 단합된 힘을 발휘한 적이 없지않나 생각합니다. 전체 대의원 107명중 단 2명을 제외한 105명이 선거에 참여한 것만 봐도 회원사들의 열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더욱이 이중 3분의 2가 넘는 72명의 대의원들이 저를 선택해 주셨습니다. 어느 면으로 보나 가장 모범적인 선거였다고 봅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업계의 힘을 모으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협회 회원사인 건설업체들의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張회장께서는 역대 회장과는 달리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란 점에서 활동하시는데 부담이 없는 동시에 한계도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출마때는 오너도 아닌데 왜 출마하려느냐는 얘기들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오너 경영에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오너만이 협회에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역시 40년간 건설업에 몸담은 사람입니다. 협회에 대한 애정은 누구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협회도 새로워져야 할 때입니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마인드를 갖고 정력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건설업체에서 40여년간 일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건설업계 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생각입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업계, 특히 건설업계는 아직 『아니다』라는 대답들입니다.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최근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곤경에 처한 업계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여전히 미흡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정부가 상반기중 공공공사 물량의 70~90%를 집중 발주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막상 하반기에는 업체들이 수주할 물량이 없어지게 됩니다. 특히 경기가 회복되려면 하루빨리 민간건축 분야가 살아나야 합니다. 민간건축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들이 시급합니다. 또 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는 건설관련 조세제도를 하루빨리 형평에 맞게 고쳐야 합니다.
-담합행위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폐해로 지적됩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업체들의 담합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앞서 검찰이 수사에 나서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하기도 했습니다. 건설업계로서는 이에대해 할말이 참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담합을 근절하자는데는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하지만 IMF체제 이후에는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담합이 줄어든 대신 오히려 덤핑수주가 문제되고 있습니다.
일감은 적고 업체는 많다 보니 수익성은 뒷전이고 일단 싼값에라도 공사를 수주하고 보자는게 덤핑수주의 원인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최소한의 공사원가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야 합니다. 최근 6개월간 조달청 발주공사의 낙찰가를 보면 입찰예정가의 69~72%선에 불과합니다. 이는 공사원가보다 10%나 모자라는 금액입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결과는 두가지입니다. 부실공사 아니면 업체가 모두 죽게 됩니다.
-그 얘긴 결국 현행 최저가입찰제도가 잘못된 얘기란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입찰제도는 궁극적으로 최저가입찰제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건이 안돼있다는 것입니다. 사전심사(PQ)도 아직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데다 은행들이 업체들의 신용을 평가할 능력도 모자랍니다. 일단 낙찰최저선을 현재의 69%에서 공사원가 수준인 79%로, 10%포인트 올려달라는 것입니다. 제대로 일하기위해서는 우선 제값을 받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금강산관광을 계기로 건설부문의 대북경협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업체들은 북한지역 개발을 위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협회차원에서도 대북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때라고 보는데 어떤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북한의 건설부문은 하나의 독립된 산업이라기 보다는 국가경제체제의 일부분입니다. 따라서 우선 북한의 경제정책과 건설부문의 관계 등 포괄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협회는 북한의 건설관련 제도에 관한 연구를 추진중입니다. 또 북·미 뉴욕협상 타결을 계기로 정치·경제 상황 및 사업수익성 등을 고려해 건설부문의 대북진출을 신중히 검토해보겠습니다.
-정부의 민자유치 사업들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익성이 떨어져 업체가 참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지원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민자유치사업 추진의 장애요인은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는 점과 사업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참여업체가 투자비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세제·금융상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 수익성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합니다.
-해외건설 수주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업계의 수주패턴이 단순시공에 치우쳐 있어 수익성이 떨어지고 업체간 과당경쟁도 여전합니다. 업체간 공조체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는데 어떻습니까.
▲앞으로 해외건설의 주력은 플랜트가 돼야 합니다. 단순 시공에서 탈피, 고도의 엔지니어링 분야로 가야 합니다. 벡텔 등 세계적인 건설업체들이 엔지니어링, 플랜트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것만 봐도 우리 해외건설업계가 갈 방향은 명확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업계도 이를 깊이 인식, 최근 수주패턴이 단순시공에서 탈피해 플랜트쪽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주물량 못지않게 수주내용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갈 길이 아직 멉니다.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게 아닙니다. 지금부터 기술축적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IMF체제는 건설업계에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업계 생존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건설업체간 역할분담을 통한 제휴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데 이를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우리 업계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모두 비슷한 일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전체 건설업이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대기업들은 단순시공 등 하드웨어분야를 과감히 중소건설업체에 넘겨줘야 합니다. 대신 앞서 말했듯이 대기업들은 엔지니어링·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주력해야 합니다. 협회에서도 중소기업이 적정공사물량을 확보하도록 정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한편 대·중소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영업실무위원회를 구성,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 화합의 장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무슨 사고만 터지면 으례 도마위에 오르는게 부실공사와 리베이트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나 정부차원에서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무엇보다 업계는 제값 받고 제대로 시공하는 풍토조성을 위해 의식개혁운동을 해야 합니다. 정부역시 제값 주고 제대로 시공하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합니다. 이미 얘기했듯이 적정낙찰가가 확보되도록 현행 적격심사기준을 개정하는 한편 예비공사비를 예산에 편성하는 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합니다. 발주자 우위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세부적인 개선방안도 필요합니다.
-올해는 건축문화의 해입니다. 건설업체들도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할일이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건설과 건축은 하납니다. 제대로된 건축물은 설계-시공이 하나가 됐을때 나오는 것입니다. 초록은 동색이죠. 따라서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건설업계가 할일도 그만큼 많습니다. 올해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협회로서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특히 서울경제가 매년 치르고 있는 「건축문화대상」은 우리 건축문화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이 행사가 올해 더욱 성대히 치러지길 바라며 협회차원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정리=정두환 기자, 사진=신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