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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1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2·3차 협력사의 혁신을 지원해 국내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는 '산업혁신 3.0' 활동이 닻을 올린 지 1년이 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산업혁신 3.0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 기관 및 기업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들이 지난 달 30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좌담회를 갖고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산업혁신 3.0을 통한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활동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1년간 많은 성과를 이룩한 산업혁신 3.0 활동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참여 기업들의 지속적인 혁신 의지와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또 "산업혁신 3.0 활동 2차 연도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시대에 발맞춰 공장 스마트화가 더욱 촉진되는 방향으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박청원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박종갑 대한상의 산업혁신 3.0 중앙추진본부 사무국장, 최병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부사장), 이중용 제이와이프로텍 대표 등 산업혁신 3.0을 추진하는 정부·산업계 인사들과 배종태 한국중소기업학회장(KAIST 교수), 표정호 한국중견기업학회 명예회장(순천향대 교수) 등 학계 인사가 참석했다.
△표정호 교수(사회)=중소기업은 국내 기업의 98%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지만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3%에 불과해 '998833'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세하고 글로벌 경쟁력이 낮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과 1차 협력사가 중심이 돼 산업혁신 3.0 운동을 전개한 지 1년이 지났다. 그간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본다. 우선 산업혁신 3.0을 추진한 배경부터 되짚어 봤으면 한다.
△박청원 실장=국가·기업 간 기술 장벽이 사라지고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개별 기업, 특정 산업의 발달보다 대기업과 협력사들로 구성된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2011년 기준으로 대기업 대비 27.9%에 그쳤고 그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협력사의 경쟁력 악화는 대기업, 나아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대기업, 중견기업은 물론 공기업까지 아우르는 범경제계가 2·3차 협력사의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산업혁신 3.0이 출범하게 된 것이다.
△배종태 교수=과거 개별 기업의 역량을 키우는 공장 새마을운동이 '산업혁신 1.0'이었다면 기업 네트워크 역량을 강화했던 노력은 '산업혁신 2.0'으로 볼 수 있다. 산업혁신 3.0은 네트워크 역량을 강화하며 산업 전반의 생태계까지 성장시키는 운동이다. 혁신이란 말이 막연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위기의식 공유와 높은 목표 설정, 문제해결의 기술적 대안, 구성원들의 의지와 자신감이 있다면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과거의 혁신도 그렇게 전개됐다. 또 산업혁신 3.0은 경제적 효과와 함께 동반성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운동이기도 하다.
△최병석 부사장=삼성전자는 협력사가 일류가 돼야 삼성전자도 일류가 될 수 있다고 인식해왔고 1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상생협력을 강화해왔다. 그간 2·3차 협력사에 대한 나름의 지원이 있었지만 독자적으로 지속하기는 어려웠다. 때 마침 정부가 산업혁신 3.0을 전개하면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공감하고 적극 동참하게 된 것이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5년 간 640억원을 출연하고 상생협력센터 산하 컨설팅센터의 각 분야별 전문 컨설턴트 수십 명을 현장에 투입, 협력사를 지원하고 있다.
△사회=현실적으로 대기업 혼자 동반성장 문화를 2·3차 협력사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데 정부의 관심 덕분에 범재계 차원에서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럼 지난 1년 동안 산업혁신 3.0의 구체적 성과는 어떤가.
△박종갑 사무국장=지난해 6월 삼성전자를 비롯한 11개 대기업이 중심이 돼 대한상의에 중앙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산업혁신 3.0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어 중견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참여가 빠르게 확대됐고 총 1,957개 기업이 참여하는 범경제계 차원의 사업이 됐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1차 연도에 총 435억원의 사업비와 전문 컨설턴트 852명을 투입했다. 1차 연도 성과를 지표로 살펴보면 수혜기업의 핵심성과지표(KPI) 달성률은 121%, 개선율은 52%를 기록했으며 이를 재무효과로 환산하면 총 365억원 정도다. 기업당 평균 2,000만원을 지원해 2,400만원 정도 수익이 난 걸로 평가된다. 또 수혜기업 1,542개사 중 864개사는 산업혁신 3.0 참여를 계기로 410억원을 자체 투자하기도 했다.
△박 실장=시범적으로 운영해 본 1년이었는데 성과가 좋았다. 무엇보다 민간 기업 주도의 자발적 사업으로 2·3차 협력사가 혁신을 같이 체험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과 혁신의 플랫폼이 마련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또 대기업의 지원을 받은 1,542개 기업 중 27%가 대기업과 직접적 협력관계가 아닌 미연계 기업이라는 점에서 산업 생태계 구석구석에 혁신이 전파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동반성장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본다. 참여한 2·3차 협력사들이 대기업과 1차 협력사와의 거래기간 연장, 납품 물량 증가 등으로 스스로의 혁신 성과를 돌려받는 성과 공유제의 확대도 큰 결실이었다.
△최 부사장=삼성그룹은 산업혁신 3.0운동에 대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인 620개사를 지원했고 이중 삼성전자 협력사 351개사는 공정불량 50%, 제조환경 40% 개선 등의 많은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삼성전자가 현장 컨설턴트를 파견해 생산성을 30% 향상시킨 제이와이프로텍이나 총 13억원의 재무효과를 실현한 엘엠디지털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1차 협력사 입장에서 보면 기대보다 사업이 잘 추진됐고 1차 협력사들도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에서 파견한 노련한 컨설턴트들이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고 이직한 경우도 있다. 중장년층의 새로운 재취업 모델로 발전시켜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중용 제이와이프로텍 대표=우리는 산업혁신 3.0을 통해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회사다. 가장 큰 성과는 직원들 스스로 혁신에 동참하고 목표를 설정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다. 현직에서 오래 근무한 전문가로 구성된 삼성전자 컨설턴트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 덕분에 왜 우리가 혁신해야 하는가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혁신을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면 1단계는 제조환경 개선, 2단계는 원 포인트 개선을 통한 혁신 맛보기, 3단계는 기술적 접근을 통한 혁신 시스템 구축, 4단계는 자체 혁신활동을 통한 이익 창출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 3단계 수준으로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많다. 삼성전자가 단계별 맞춤 지도를 지속해주길 부탁드린다.
△배 교수=제3자 입장에서 산업혁신 3.0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대·중소기업 간 신뢰 여건의 성숙과 협력이 서로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점과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정부의 지원이 맞물려 진행됐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본다. 이제까지 중소기업을 위한 많은 정책이 시행됐지만 개별기업 위주였고 정부가 주도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개별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은 대기업 협력사들에 가장 중요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충족하는 노력'을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한다. 반면 산업혁신 3.0은 협력사가 대기업으로부터 선정되고 지원을 받기 때문에 혁신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또한 산업혁신 3.0에 참여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호 이해가 더욱 확대되는 계기도 마련됐다. 다양한 참여 기관이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산업혁신 3.0이 출범 1년만에 동반성장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아직 사각지대에 있는 여타 영세 중소기업을 참여시키는 문제와 1년의 성과가 단기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본다.
△사회=산업혁신 3.0이 동반성장 대표 브랜드가 될 정도로 확산이 빨랐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다만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혁신의 체질화를 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세계적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높은 독일도 중소 제조업계의 고도화를 목표로하는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전략적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성 향상에 골몰하고 있다. 산업혁신 3.0의 성공적 정착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제언을 부탁드린다.
△박 사무국장=산업혁신 3.0 중앙추진본부도 더욱 발전된 혁신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다. 참여하는 기업의 크기가 작다보니 혁신을 제대로 완료하기 전에 멈춰버리는 일이 많다. 이에 의지가 높은 기업에 참여를 계속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 혁신을 뿌리내리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현재 2차 연도 운동에 참여하는 업체 중 30%가 계속 참여기업이다. 사업 초기에 관련 서류의 과다 제출처럼 필요 이상의 행정이 소모된 문제도 있었는데 이번에 '온라인 사업관리시스템'을 개발·완료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특히 2차 연도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라는 추세에 맞춰 약 2,000여개 중소기업에 440억원 정도의 사업비를 투입해 스마트공장 도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차질없이 도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본부 내 스마트공장 추진팀을 신설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밖에 디자인과 고부가가치 생산기술처럼 개별기업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올해는 확산단계에서 착실히 뿌리내리는 단계로 나아가겠다.
△이 대표=대기업과 1차 협력사들이 2차 협력사와 동반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2·3차 협력사들은 제각기 사정도 다르고 요구하는 바도 천차만별이다. 주변에서도 산업혁신 3.0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적잖이 봤다. 협력사 자신의 혁신의지가 부족한 탓이 크지만 획일화한 정책에서 벗어나 협력사가 절실히 필요한 부분을 골라 지원받을 수 있다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도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발적 혁신의 주체로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임직원의 결연한 자세를 특히 강조하고 싶다.
△배 교수=협력은 반복의 게임이다. 산업혁신 3.0이 뿌리내리려면 상호 신뢰 구축과 이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 내부의 시스템 혁신이 수반할 때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공동 개발로 역량을 축적하고 혁신적 제품을 독자개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키워야 한다. 또 특정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고 대학과 같은 다양한 주체와의 연결망을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산업혁신의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지역과 연계해 이를 널리 소개한다면 국민들이 성과를 체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 부사장=산업혁신 3.0은 구호나 슬로건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큰 마당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당에서 잘 뛰어놀 수 있도록, 즉 자발적 동반성장이 가능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사 간 상생협력 활동을 독려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배 교수 말씀대로 혁신의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보다 효과적인 혁신활동을 뒷받침할 것이다.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할 때 산업혁신 3.0에 대한 가산점을 강화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면 대기업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대·중소기업 모두가 산업혁신 3.0의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고 활발히 참여한다면 국내 산업의 체질이 개선되고 제대로 된 상생협력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이 요즘 정말 어렵다. 기업과 국민 할 것 없이 똘똘 뭉쳐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
△박 실장=혁신은 단기간에 완성할 수 없다. 산업혁신 3.0 활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참여 주체들에게 몇가지 당부드리고 싶다. 먼저 참여 중소기업의 혁신의지와 실천노력이다. 1차 연도 우수사례에서도 이러한 요소가 혁신의 성공기반이었음이 확인됐다. 대기업이 모든 것을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소기업들이 혁신의 수동적 대상이 아닌, 자발적 혁신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각오를 가져야한다는 의미다. 당장의 경영에 급급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혁신을 체질화하기 위한 내부 인력 양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혁신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제조업과 ICT 융합이라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산업혁신 3.0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현재 '제조업 혁신 3.0 실행대책'을 수립하고 있고 핵심은 '공장 스마트화'다. 산업혁신 3.0 2차 연도 참여기업의 13%인 약 260개 업체가 스마트공장을 도입할 계획이다. 모쪼록 산업혁신 3.0이 스마트공장 보급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을 비롯한 출연기업이 약속한 재원의 출연은 물론 내부 인적자원을 동원한 혁신 노하우 전수 등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준다면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산업혁신 3.0의 발전을 위해 책임지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 출연기업을 위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2016년까지 한 차례 연장한 세액공제를 앞으로도 유지하고 동반성장지수 평가 때 산업혁신 3.0 실적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협의하겠다.
■ 참석자
△ 표 정 호
순천향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사회)
△ 박 청 원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 최 병 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장(부사장)
△ 배 종 태
한국중소기업학회장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 이 중 용
제이와이프로텍 대표
△ 박 종 갑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혁신3.0
중앙추진본부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