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2월 26일] 국민영화로 자리잡은 '워낭소리'

최민수(CJ엔터테인먼트대리)

토요일 저녁 모처럼 장인어른을 모시고 집 근처 영화관을 찾았다. 바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독립영화 ‘워낭소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늦은 시간인데도 300석이 넘는 좌석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여서 영화가 정말 흥행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워낭’이란 순 우리말로 ‘말이나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 또는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라는 의미다. 단어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면서 영화를 보니 워낭소리는 인간과 짐승이라는 물리적 관계를 넘어 한 노인과 40여년의 세월을 함께한 소의 교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잘생긴 특별한 주인공도 눈을 사로잡는 현란한 컴퓨터그래픽도 찾아볼 수 없다. 그냥 노년 부부와 그들과 생활하는 소, 그리고 간혹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 정도다. 하지만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워낭소리’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영화는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생 자체를 되새겨볼 수 있는 메시지를 78분이라는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전달해준다. 영화 속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동료이자 친구이며 분신이기도 한 소에게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전부를 바치고 그런 할아버지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불평하는 할머니도 결국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마치 부모가 자식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며 바치는 무조건적 사랑이 얼마나 숭고한지를 느낄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인 고요한 농촌 마을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줬고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이라는 단순한 가르침도 담겨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누군가를 원망하고 좀 더 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워 스스로를 일깨워볼 수 있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업성이 배제된 독립영화 한편이 지금은 누적관객 200만명을 바라보고 있으며 대통령 부부도 이 영화를 관람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시기를 잘 타서 이 영화가 인기를 끌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를 본 사람 모두 다시금 삶을 성찰하고 가슴 속 한 구석에 따스함이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워낭의 청명하고 맑은 소리가 아직도 내 귓가를 맴돈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소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워낭소리’ 대신 ‘워낭 sorry’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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