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은행의 지점을 개설하러 우리나라 철강공업의 요람인 P시를 방문하였는데 P시내 시중은행들의 예대비율이 평균 40%를 밑도는 사실을 확인하고 매우 놀랐다. P시는 철강 및 관련산업이 발달되어 있어서 제조업 부문이 취약한 비슷한 크기의 국내 지방도시와는 달리 여신수요가 상당수준일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P시 지역경제인들의 설명에 의하면 P시 전체 제조업의 실제 생산물량은 매우 크지만 금융을 포함한 관리업무의 대부분이 서울에 소재하는 본점 또는 출장소 등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금융부문뿐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지역경제 발전에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으며 그 때문에 마침 그날 P시 상공회의소 주관으로 「기업체 본점의 지방유치」를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고 했다. 은행 영업 추진과정에서 이미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던 일이기는 하지만 현지의 경제인들은 이를 상당히 절실한 문제로 논의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중앙집권적 행정시스템, 교육문화시설의 수도권 집중 및 인프라 불균형 등의 사정이 외국과는 다르기는 하지만 외국의 유명한 회사들이 지방도시에 분산되어 각 지역의 특색이나 이점을 최대로 활용, 발전하고 있으며 그 지역의 상징적 기업으로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의 과감한 기업유치시책이 물론 필요하겠지만 기업체들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발상으로 지방화를 적극 추진해볼 필요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개별회사의 사정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어려움과 불리한 점이 있겠지만 별로 크지 않은 우리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다는 대승적 견지에서 적극 나선다면 그 나름대로 가치도 클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긍정적인 부수효과도 상당하리라 믿는다.
또한 지방 예금자들이 느끼는 일종의 상실감, 즉 자기들이 은행에 맡긴 돈이 자기들의 지방발전을 위하여 투자되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간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안타까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은행의 지방 소재 점포들은 현지 기업이나 가계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여신을 운용하여 현재의 부진한 예대비율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