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하한기를 맞아 정치인이 책을 통해 국민들과 만나는 '책 정치'가 눈에 띈다. 행보 하나하나에 민감한 해석이 덧붙는 정치인에게 책을 매개로 한 대외활동은 정치색을 덜면서 대중적 인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다음달 초 자원외교 활동경험을 묶어 책을 출간하고 최근 대권주자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전국을 돌며 '북 콘서트'에 나선다.
이 의원은 자신의 책 '자원을 경영하라'에서 지난 2009년 정치 2선 후퇴 후 남미를 비롯해 아프리카 중동 지역 등 대통령 특사로서 벌인 자원외교 뒷얘기를 적었다. 그는 특사활동에서 상대국의 문화ㆍ관습을 최대한 배려하고 철저히 '기브 앤 테이크(주고받기)'를 하는 등 자원외교 2대 원칙을 준수했다고 회고했다.
책에는 그가 지난해 9월 국가정보원 직원 추방 사건으로 촉발된 리비아와의 외교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일이 담겨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사건 해결을 위해 대통령 친서까지 들고 갔지만 번번이 리비아 정부 측의 싸늘한 반응 속에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의 면담을 퇴짜맞았다. 하지만 누리 알 마흐무리 총리와의 마지막 면담에서 카다피 원수의 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전날 외워둔 아랍어로 사과하자 비로소 총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고 한다.
문 이사장은 이날 오후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북 콘서트를 열어 독자 400여명과 만났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행사를 연적은 있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된 행사는 처음이다. 그는 2시간여 동안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진행하는 북 콘서트에서 자서전 집필 뒷이야기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중심으로 '문재인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문 이사장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한 번 더 북 콘서트를 개최하고 다음달에는 부산에서 동일한 행사를 할 예정이다.
이처럼 문 이사장이 대외행보를 본격화함에 따라 그의 관심사인 야권 통합이 결렬될 경우 직접 대선 가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