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HBM 더 얇게 만든다…LG '꿈의 장비' 도전

[다시, KOREA 미러클]

생기원 2028년 양산 목표로 연구

HBM선 상용화 안돼 성장성 커

삼성·한화·한미와 기술경쟁 돌입

경기 평택시의 LG 생산기술원 전경. 사진제공=LG전자 생산기술원경기 평택시의 LG 생산기술원 전경. 사진제공=LG전자 생산기술원




LG전자(066570)가 ‘꿈의 반도체 장비’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착수하며 반도체 장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중시하는 인공지능(AI) 사업과 관련해 HBM의 성장성이 높은 데다 LG전자의 최근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와도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HBM 제조 장비 시장에 참여 중인 삼성전자(005930)·한화(000880)세미텍·한미반도체(042700)와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여 첨단 제조업을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이 차세대 HBM 제조에 핵심이 되는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2028년 하이브리드 본더를 양산한다는 목표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는 일부 조직을 두고 있는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나서면서 이를 확대하고 반도체 패키징 분야 고급 인력들을 새로 영입하는 한편 학계와의 연구 협력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ECTC 2024에서 공개한 TC본딩과 하이브리드 본딩의 차이.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가 ECTC 2024에서 공개한 TC본딩과 하이브리드 본딩의 차이. 사진제공=삼성전자



하이브리드 본더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붙일 때 쓰는 장비인데 기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활용하던 열압착(TC) 본더와는 기술적 차원이 다른 꿈의 장비로 불린다. 현재까지는 칩과 칩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단자인 ‘범프’를 놓고 수직 결합했지만 하이브리드 본더는 범프 없이 칩을 포개어 붙일 수 있다. 결합된 칩의 두께가 한층 얇아지고 발열까지 줄어드는 장점이 있어 여러 층으로 D램을 쌓는 HBM에서는 꼭 도입해야 할 혁신 기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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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 HBM에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아 개발에 성공할 경우 빠른 매출 확대는 물론 반도체 장비 시장의 강자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는 판단이 LG전자의 사업 참여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최근 B2B 사업 강화로 체질 개선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도 성공하면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 LG전자의 대표적 B2B 사업인 전장·냉난방공조(HVAC) 매출은 올해 20조 원을 넘어 주력인 생활가전에 버금갈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 베시의 하이브리드 본더. 사진제공=베시네덜란드 베시의 하이브리드 본더. 사진제공=베시


반도체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회사는 네덜란드 베시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정도다. 하지만 HBM 생산을 SK와 삼성이 주도하고 있고 양 사는 장비 현지화에 관심이 높은 만큼 기술력만 뒷받침되면 LG전자에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더를 활용해 6세대 HBM(HBM4) 제조를 연내 시도할 예정이고 SK하이닉스는 7세대 제품(HBM4E)에 이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세메스를 통해 자사 HBM 생산 라인에 들어갈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올해 SK하이닉스에 TC 본더를 공급하면서 반도체 장비 업체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는데 하이브리드 본더를 이른 시일 내 상용화해야 고도 성장에 날개를 달 수 있다고 보고 관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그간 가장 많은 TC 본더를 공급해온 한미반도체도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달 285억 원을 투자해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공장 건설에 나서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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