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김우중 디스카운트
문성진
hnsj@sed.co.kr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 이후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된서리를 맞았던 대기업들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반기업정서'가 다시 불붙을까 좌불안석이다.
김 전 회장이 5년8개월의 외유를 접고 돌아온 지난 14일 김 전 회장을 수장으로 모셨던 전국경제인연합회조차 일절의 공식논평을 내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41조원을 분식회계하고 이를 근거로 10조원이라는 거액을 사기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을 섣불리 두둔했다가 '재벌들은 결국 다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는 걱정으로 '재계의 입' 전경련은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재계의 우려는 '김우중 수사'가 한국기업의 가치를 기업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깎아내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쏠려 있다.
대우의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등은 개발연대의 시대적 산물 중 하나로 당시 비슷한 스타일로 사업을 하던 다른 대기업들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려는 해외기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A기업의 한 임원은 "검찰수사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과거 행적이 드러날 때마다 해외에서는 대우와 한국 기업을 등치시키고 김우중과 한국 기업인을 동일시하면서 한국 기업의 '뒷다리'를 잡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려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CNN은 김 전 회장이 귀국한 14일 "김 회장 케이스는 과거 수십년간 한국에서 만연했던 느슨한 기업윤리의 전형적인 사례이며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며 한국 기업들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같은 날 주식시장에서도 '김우중 디스카운트'가 나타났다. 대우증권ㆍ대우건설ㆍ대우차판매ㆍ대우정밀 등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결과에 대한 우려로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김 전 회장의 천문학적 분식회계와 사기대출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므로 사법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주식회사 한국'의 시계바늘을 개발연대로 되돌려 기업 전체에 '비윤리'의 멍에를 씌우는 어리석음은 피해야겠다.
김 전 회장의 귀국 날 기다렸다는 듯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들먹인 CNN의 비아냥이 예사롭지 않다.
입력시간 : 2005/06/15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