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무원 낙하산 자리도 성에 안차 '기술사 특혜'까지

국토교통부가 기술사 자격을 따지 않아도 건설 분야의 설계·품질관리 특급기술자가 될 수 있도록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다 발목이 잡혔다. 차관회의까지 통과했지만 공무원 특혜 시비와 국가기술 자격 무력화 논란에 휘말려 13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개정안은 건설기술자의 자격·학력·경력 등을 반영해 기사 등이 중급→고급→특급기술자로 승급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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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토부 안대로 시행될 경우 건설공사 등을 발주하는 정부·지자체 공무원과 공공기관 건설기술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데 있다. 용역·시공사업 감독업무를 수행한 공무원 등은 민간기술자보다 1.3~1.1배 높은 경력연수를 인정받는다. 기술사 자격증을 따지 않아도 경력만 채우면 특급기술자로 승급한 뒤 은퇴해 발주처와의 특수관계를 내세워 관련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논란으로 노무현 정부 때 10개 부처 공동으로 폐지한 '학력·경력 인정 기술사제도'의 부활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이 화두로 떠오른 마당에 기술자격 특혜까지 주겠다는 집단이기주의에 다름아니다.

기술사 업무를 관장하는 미래창조과학부도 현재 4만4,800여명인 기술사가 갑자기 50%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해 품질관리에 문제가 생기고 국가기술 자격 체계가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기술사만 특급기술자가 될 수 있어 기사 자격이 있는 중급·고급기술자 등에게 지나치게 장벽이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경력만 쌓으면 특급기술자가 될 수 있게 하는 제도 또한 위험하다. 우리는 오랜 세월 관피아와 부실한 관리감독의 폐해를 수없이 봐왔다. 공학지식과 문제분석·해결 능력 등을 두루 갖춘 기술자에게 대형 건설공사·설계용역을 맡기는 게 국제적 컨센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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