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입찰에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기로 하고 하이닉스 채권단 등에 이런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중동계 국부펀드로부터 하이닉스 인수자금의 절반가량을 조달하려던 STX와 단독인수를 추진해온 SK텔레콤의 인수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일 "채권단이 매각할 하이닉스 지분은 20%도 안 되지만 경영권이 포함돼 있다"며 "하이닉스가 산업정책상 매우 중요한 하이테크 기업이어서 외국인 투자에 기술유출 관련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주채권은행과 매각주간사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지분 15%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주매각과 신주발행을 통해 17.5% 안팎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정부의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지분매각 규모가 작은 만큼 경영권이 불안할 수 있다"며 "하이닉스 인수시점은 물론 미래에도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외국인투자법과 산업정책상 중요성을 근거로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함에 따라 하이닉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은 하이닉스 입찰에서 외국인 지분을 매각 대상 지분의 25%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 외국투자가와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한다면 외국인투자가는 전체 하이닉스 지분의 4.37%(17.5%X0.25)만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인수 후에도 하이닉스의 첨단기술이 국외로 유출되지 않게 외국인의 경영참여를 제한하고 외국인이 추가로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도 막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이번주 중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들을 협의한 후 이달 중순께 상세한 매각기준을 담은 입찰안내서를 실사 중인 SK텔레콤과 STX에 발송하기로 했다.
하이닉스 매각에 외국인 참여가 엄격히 제한되면서 인수자금의 절반을 중동계 등 외국인 투자로 채우려던 STX는 인수전략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외국인 투자 25% 제한이 최종 확정된다면 STX는 자체적으로 조달할 자금이 당초보다 7,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하이닉스 매각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인 구주와 신주 매각비율 및 구주인수 비중에 따른 가점부여 등은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협의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판단,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