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할 일은 나경원 후보가, 중앙정부가 할 일은 제가 챙기겠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3일 4년 만에 택한 유세지원 장소는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모인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였다. 박 전 대표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물론 홍준표 대표와 함께하거나 혼자 벤처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차에 올라 확성기에 목청을 높이는 거리유세는 배제하고 7시간반 동안 단지를 누비며 '듣는 유세'를 펼쳤다. 나 후보를 지원하는 명분이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취약한 수도권의 젊은 층과 하루 종일 만나는 활동은 그 자체가 대권행보에 가까웠다.
박 전 대표는 오전10시20분께 관악고용지원센터를 찾아 나 후보와 함께 구직자들을 만나는 것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함께 구직자들의 민원을 들었고 학력차별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고졸 구직자의 호소에 얼굴을 마주보며 공감대를 표했다. 한 택시기사가 서울시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을 때 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확인하겠다"고 말하자 박 전 대표는 "꼭 지키셔야 한다"며 웃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일자리 문제에서 고용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나 후보와) 공유해서 오게 됐다"고 밝혔지만 나 후보의 경쟁력을 묻자 "이야기 안해도…"라고 주저하다 "장애아동을 위해 애쓴 따뜻한 마음이 있는데 서울시정도 따뜻한 마음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표와 나 후보는 벤처기업인과 간담회 및 오찬까지 함께했지만 주로 듣는 일에 집중했기 때문에 한 표를 호소하는 발언은 없었다. 나 후보가 홍 대표 등과 선거전략을 논의하는 자리 바로 옆에서 박 전 대표는 따로 벤처기업인들과 식사를 하기도 했다. 대신 박 전 대표는 시민들의 민원에 대해 국감에서 지적했던 사항이라며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한 벤처기업가가 복지만 신경 쓰는데 IT업계가 다소 소외됐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가치창출에서 복지와 벤처는 깊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의료에 벤처기술을 도입하면 독거노인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벤처기업인이) 창의력을 갖고 모든 것을 바칠 적에 평가받는 나라가 되도록, 그런 서울시가 되도록 노려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과 보육 문제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극세사 제조업체인 '웰크론'을 방문해 "부동산 거품을 방치하면 안 된다. 민간에서도 다양한 공공주택을 지어 보급해야 하고 금융권에서 '하우스 푸어(빚을 내 집을 마련하느라 어려운 계층)'를 위한 다양한 대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제가 꼭 하려는 어젠다 중의 하나"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이 잘못됐다"면서 "저출산 해결이 아니라 출산 후에도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보육정책도 그런 쪽을 핵심 가치로 놓고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해결해드려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주로 걸어다니며 이동했는데 한 쪽에서는 '박근혜'를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들렸지만 '민주당'을 연호한 시민들도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 부산ㆍ충청은 물론 서울도 다시 방문해 대권행보 겸 유세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