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정비직원이 작업 매뉴얼 상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역 스크린도어(안전문) 수리 도중 보수업체 직원 조 모(28) 씨가 열차에 치여 숨진 뒤 서울 메트로가 내놓은 사고 원인입니다.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게 근본적인 이유일까요. 해가 거듭될수록 전체 산재 사망자 중 하청 노동자 비중은 높아집니다. 최근 기준으로 10명 중 4명꼴입니다. 중대 재해사업장 중 하청 사업장 비중도 40%에 육박합니다. 이 역시 매년 2~3%포인트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서울경제 썸은 위험 업무의 외주화가 만연한 데서 그 원인을 찾았습니다. 사고 위험이 높은 위험 업무는 하청업체를 통해 이뤄집니다. 자연히 안전사고 발생이 원청 업체 보다는 하청 업체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최저가 낙찰제’에 있습니다. 입찰 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티가 나지 않는 ‘안전관리비용’부터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허술한 법 역시 안전관리비 책정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합니다.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에 따르면 원청업체는 안전관리비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발주자에게 안전관리비를 감액하게 하거나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원청업체가 요구하면 하청업체는 안전관리비 책정액을 줄이거나 돌려줄 수밖에 없는 겁니다. 특히 하도급사끼리 계약할 때는 산업안전관리비 책정이 의무화되지 않아 대다수 하도급사들은 작업장 안전관리자를 따로 두거나 안전교육, 안전보호구 구입 등은 꿈도 못 꿀 형편입니다.
자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강남역에서 최근 일어난 비극을 되짚어 봤으면 합니다. 이것은 한 개인의 실수일까요. 강남역에서만 일어나고 다시 일어나지 않을 비극일까요. 근본적인 원인을 살피지 않는한 비극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비극을 멈추는 힘은 행동하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세상은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악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파괴될 것이다”라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되새겨 봅니다. /서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