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출, 외국계 대부·할부사로 대이동
입력2006.12.13 16:53:32
수정
2006.12.13 16:53:32
잇단 규제로 '대출 길' 막히자…<br>담보대출 수요자 "금리 낮고 금액도 많다" <br>저축銀 "11·15대책후 고객 절반으로 줄어" <br>국내銀서 돈빌려 대출… '부실전가' 우려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로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수요자들이 외국계 대부업체와 할부금융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대부ㆍ할부업체들이 대출자산을 담보로 국내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있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대출고객이 다시 은행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돼 부동산가격 급등락에 따라 외국계 업체의 과다대출이 은행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의 방침과 은행들의 자율 규제에 의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낮아지면서 대출이 막힌 고객들이 높은 한도로 비교적 저금리에 대출을 해주는 외국계 대부업체와 할부금융사 등으로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의 대출업무를 대행하는 F&C모기지론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고객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11ㆍ15대책 발표 이후에도 고객이 절반 가량 줄었는데, 줄어든 고객은 대부분 페닌슐라캐피탈 등 외국계 업체로 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계 금융회사인 메릴린치가 세운 ‘페닌슐라캐피탈’은 모기지론 전문 대부업체로 지난 11월 한달 동안 2,000억원이 넘는 대출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 금리는 은행보다 약간 높은 6.71%. 대출금액은 부동산 가격의 85%, 16억원까지 가능하다. 이 회사는 외국계 은행과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엔화자금을 연3~4%대의 낮은 금리로 조달해 경쟁력을 갖췄다.
지난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코리아센트럴모기지’도 최저 연5.87% 금리로 고객들을 유혹한다. 이 회사는 미국계 리먼브러더스가 세운 할부금융사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여기다 장기대출에 대해 대출금액의 2%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또 영국계 대부업체인 ‘한국FP금융’이 내년 초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뛰어드는 등 외국계 대부업체와 할부사들이 국내 부동산 대출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외국계 업체들이 늘어나는 자금수요를 조달하기 위해 대출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있어 부동산 가격 하락 또는 연체가 늘어날 경우 은행으로 손실이 옮겨갈 수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외국 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아파트의 담보권자가 은행신탁으로 바뀌어 있었다”며 “외국 업체들이 대출자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부족한 돈을 빌리고 있어 대출자산의 부실이 은행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외국계 업체의 과다 대출이 은행으로 이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 국내 대부업체 관계자는 “외국계들은 몇 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연체나 미상환을 걱정하지 않는다”며 “몇 년 내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고객들이 금리가 싼 은행에서 돈을 빌려 대출을 갚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동산 가격이 향후 몇 년 내에 상승했다가 하락할 경우 외국계 업체가 과다하게 대출해준 자산이 은행으로 옮겨온 후에 부실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