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풍과 폭우가 아시아를 강타하면서 각국에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투가 진행되고 있다. 여름 휴가를 맞아 동남아 휴양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각종 사고에 노출되면서 각국 안전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태국 치앙라이에서 동굴 속에 갇힌 유소년 축구선수 12명과 코치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13명은 지난달 23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탐루엉 동굴에 관광을 갔다가 폭우로 동굴 속 물이 불며 갇혔다. 동굴 입구에서 5km 이상 깊숙이 들어간 지점에서 실종 9일 만에 이들의 생존이 확인되면서 현재까지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폭우로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날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조 당국이 배수 작업을 벌였지만 소년들이 머무는 동굴 안쪽 깊은 곳의 수심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들이 이곳을 빠져나오려면 최장 400미터, 수심 5미터에 이르는 구간에서 수영과 잠수를 반복해야 하는데 여건이 녹록지 않다.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태국의 전직 해군 네이비실 대원은 산소 부족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사망했다. 태국 왕립 쭐라롱껀대의 아리야 아루닌타 교수는 “우기에 동굴로 흘러드는 엄청난 물줄기를 배수펌프만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며 “우기가 막 시작된 만큼 앞으로 4개월간은 위력을 떨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 7호 태풍 ‘쁘라삐룬’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에서는 폭우로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전날 오후 2시까지 일본 14개 광역 지자체에 거주하는 22만9,000가구의 52만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교토부 24만6,000명, 후쿠오카현 17만명, 오사카부 8만명 등이 그 대상이다. 지난 5일 효고현 공사현장 인근 저수지에서 폭우에 휩쓸린 59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고, 6일 기후현 하천 인근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시신이 발견되는 등 사망자도 잇따르고 있다. 교토부에서는 52세 여성이 실종되는 등 4명이 행방불명됐다.
태국의 대표 관광지인 푸껫에서는 폭풍우로 휴양차 들른 관광객들이 막대한 피해를 겪었다. 푸껫주 재난방지국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오후 푸껫 섬 남쪽 10㎞ 해상에서 중국인 관광객 등 97명을 태운 선박 ‘피닉스 PD’호가 전복됐다. 스킨스쿠버 관광객을 태우고 라차 섬에 갔다가 돌아오던 선박이 파도에 휩쓸린 것이다. 이 사고로 약 60명이 죽거나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같은 날 푸껫 남쪽 9㎞ 지점에 있는 마이톤 섬 인근에서는 관광객 39명이 탑승했던 요트 ‘세네리타’호가 전복됐다.
아시아 각지에서 자연재해 피해가 잇따르자 각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폭우가 계속되자 일본 도쿠시마현, 후쿠오카현, 나가사키현, 오사카부, 나가노현, 가나가와현 등 21개 광역 지자체가 ‘토사재해경계’ 정보를 발표했다. JR니시니혼 등 일부 철도회사들은 이재민들이 열차에 머무를 수 있도록 열차를 개방하기도 했다.
제8호 태풍 ‘마리아’가 쁘라삐룬보다 더 강력한 규모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만 등에서는 국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다니엘 우 대만 국립중앙대 교수는 “마리아 이동 경로가 대만으로 바뀌면 오는 11일 대만 북부를 강타할 수 있다”며 “태풍 이동 경로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