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미래에셋보다 ETF수수료 더 깎은 삼성…중소형사 속앓이

[美ETF 출혈경쟁 격화]

미래에셋 "보수 90%↓" 다음날

삼성, 0.0006%P 더 낮춰 '최저'

"배당 더 줘" 분배금 축소도 겨냥

미래서 추가로 인하땐 시장 과열

여력 부족한 중소형사들 '한숨'

박명제 삼성자산운용 ETF사업부문장. 사진 제공=삼성자산운용박명제 삼성자산운용 ETF사업부문장. 사진 제공=삼성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대표지수 상품의 수수료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자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하루 만에 이보다 더 낮은 총보수를 제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해외투자 ETF가 시장 성장을 이끄는 상황에서 해당 상품 수수료를 둘러싼 선두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본격화되자 재무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7일 삼성운용은 해외 주식 ETF인 ‘KODEX 미국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기존 0.0099%에서 0.0062%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안 입법 예고로 분배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해외 주식형 토털리턴(TR) ETF 시장이 사실상 폐지된 데 따라 투자자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혜택을 주기로 했다는 게 수수료 인하의 표면적인 이유다.

삼성운용에 따르면 KODEX 미국S&P500은 지난해 44.31% 수익률을 기록해 동종 ETF 중 1위에 올랐다. 순자산총액도 해당 기간 417%나 늘었다. KODEX 미국나스닥100 역시 지난해 45.94% 수익률을 거두고 순자산을 196% 늘렸다.

박명제 삼성운용 ETF사업부문장은 “기존 투자자들의 비용 부담은 낮추고 배당금은 더 주기 위해 총보수를 낮췄다”며 “아직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연금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 업계는 미래에셋운용이 전날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수수료를 연 0.07%에서 10분의 1 수준인 0.0068%로 대폭 낮추자 삼성운용이 같은 유형의 상품으로 단 하루 만에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삼성운용의 수수료가 미래에셋운용보다 0.0006%포인트 더 낮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박 부문장이 수수료 인하와 함께 “배당금을 더 준다”고 표현한 부분을 두고 미래에셋운용을 다분히 압박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미래에셋운용이 6일 총보수를 내린 두 ETF는 공교롭게도 올 들어 분배금을 대폭 줄인 상품들이다. 앞서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분기 분배금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5.71%, 66.67% 적은 45원, 70원으로 안내했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사전 공지도 없었다”며 “수수료 인하로 줄어드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미리 배당금부터 줄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운용이 최저 수수료와 배당금을 함께 언급한 점을 업계가 전략적 발언으로 받아들인 이유다.

관련기사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분배금은 소득세법상 유보 가능한 이익을 제외하고 해당 연도 내에 투자자에게 모두 분배하도록 돼 있다”며 “외국납부세액 과세 체계가 정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4월 말 이후 초과수익률 부분을 적극 반영해 분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운용이 예상보다 빠르게 수수료를 낮추자 미래에셋운용도 즉각 대응 전략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운용이 조만간 관련 상품들에 대한 수수료를 한 차례 더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간 수수료 기 싸움이 재점화하자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운용사들은 벌써부터 위축된 분위기다. 미국 투자를 중심으로 올해 ETF 시장이 200조 원 돌파를 앞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던 각 사의 전략에 자칫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탓이다. 시장이 양강 운용사 중심으로 다시 한번 재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삼성운용이 ‘KODEX 미국S&P500TR’ 등 미국 대표지수 투자 ETF 4종의 수수료를 연 0.05%에서 0.0099%로, 미래에셋운용이 ‘TIGER CD1년금리액티브’의 수수료를 연 0.05%에서 0.0098%로 각각 내리자 한화·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등 중소형사들까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수료 인하 대열에 뛰어든 바 있다.

중형 운용사인 A사 관계자는 “ETF 시장 경쟁이 너무 과열돼 규모가 작은 회사는 따라가기가 버겁다”며 “당장 실탄이 없어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간 싸움을 지켜만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형급 운용사인 B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이 수수료를 한 번 더 내리면 시장 판도가 걷잡을 수 없이 혼란해질 것”이라며 “ETF 인재 모시기도 힘든 판에 대형사들이 수수료 출혈 경쟁까지 펼치니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윤경환 기자·이정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