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비자 없이 제주에 체류할 수 있는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제주국제공항을 통한 마약 밀수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 무비자 입국이 다시 가능해진 2023년부터 올해까지 마약 밀수로 적발된 사례가 늘어나자 검찰 등 유관기관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주지검 형사 1부(부장검사 최미화)는 제주세관과 국가정보원과 협력해 지난달 23일 필로폰 2.12㎏을 침대보와 신발 밑창, 과자봉지 등에 은닉해 캄보디아로부터 제주공항으로 밀수하려던 말레이시아 국적 A(41)씨를 적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튿날인 2월 24일에도 캄보디아에서 필로폰 2.944㎏을 스틱형 커피믹스 완제품으로 위장해 제주공항으로 몰래 들여오려던 필리핀 국적 B(22)씨가 검거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15일엔 캄보디아로부터 필로폰 2.072㎏을 여행용 캐리어 내피에 은닉해 제주공항으로 들여온 인도네시아 국적 C씨가 체포됐다.
이들 3건의 필로폰 총량은 7.136㎏이다. 1회 투약분(0.03g) 기준으로 23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제주지검은 A씨와 B씨를 이달 13일, C씨는 지난해 12월 4일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제주지검은 C씨가 전문적인 국제 마약 밀수조직의 일원인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C씨 윗선의 인적 사항을 특정,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제주지검은 피고인들과 공범 간 대회 내역, 항공기 검색 및 예매 내역 등을 분석해 이들이 제주도의 무비자 입국 제도를 악용해 마약 밀수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A씨의 상선 인적사항을 특정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무비자 입국이 중단됐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외국인 여행자를 통한 마약 밀수는 0건이었으나, 무비자 입국이 다시 가능해진 2023년부터 올해까지 마약 밀수가 모두 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3일엔 제주로 필로폰 4.3㎏을 가져오려던 밀수범이 푸껫 공항에서 태국 세관에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 등 유관기관도 관련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지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주공항 ‘마약 분실’ 운영을 활성화했고, 지역 유관기관들과 ‘마약범죄 실무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지검은 또 제주세관·국정원과 마약 밀수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등 협력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세관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해외 마약류 유입 및 국내 타지역 반출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한편 검찰은 전날 제주지법 제2형사부 심리로 열린 A씨 결심공판에서 징역 14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