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7년간 이어진 풋옵션(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경영 최대 불확실성을 해결했고 지배구조를 더욱 견고히 하면서다. 교보생명은 손해보험과 저축은행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창재 회장은 본인과 특수관계인 지분(36.37%), SBI그룹 및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을 합쳐 교보생명 지분 과반 이상을 확보했다. 지난 7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교보생명 지분 각각 9.05%(4350억 원)와 4.5%(2150억 원)에 대해 주당 23만 4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하면서다. 어피니티 지분은 SBI그룹이 인수했고, GIC는 신한·한국투자증권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했다. 과거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했던 SBI그룹은 이번에 교보생명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달 9일 SPC를 통해 어펄마캐피탈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5.33%도 인수한 바 있다. 이로써 2012년 결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사실상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데 특별결의를 하려면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신 회장이 과반 지분을 확보하면서 특별결의에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생명보험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손해보험, 저축은행, 캐피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다양한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전망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증권, 자산운용, 자산신탁 등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현재 보험사는 ‘보험업법’ 적용을 받아 출자 및 투자에 제한을 받는다. 자기자본 대비 일정 비율을 초과해 출자할 수 없다. 비금융·비보험 계열사에 대한 투자도 제한된다. 반면 금융지주사는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 받아 관계사 투자 한도가 2~3배 이상 증가하며 핀테크·헬스케어 등 신사업에도 적극 투자할 수 있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한다면 생명보험업계 최초 사례가 된다. 이미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후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캐피털·저축은행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확보하며 핀테크 및 혁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업계 상위권 저축은행 인수를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자금 조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명보험과의 연계 상품 개발, 고객 기반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보험 가입자들이 예적금 및 대출 상품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해 장기적인 고객확보 효과를 기대된다. 현재 저축은행 중에는 조은저축은행, JT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이 매물로 나온 상황이다.
손해보험사 인수는 교보생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는 지난해 “손보사 인수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롯데손해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롯데손보는 사업 확장 측면에서 전략적 시너지가 높을 것이란 평가다. 롯데손보는 우리금융과의 매각 협상이 최종 무산된 이후로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
매물로 나와있는 악사손해보험 인수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교보생명은 과거 카카오페이손보와 함께 악사손해보험 인수를 공동 추진한 바 있다. 악사손해보험은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자동차보험 시장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풋옵션 분쟁 과정에서 신창재 회장의 전략적 투자자(SI)이자 교보생명의 3대 주주로 오른 SBI그룹과의 향후 협력 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SBI그룹은 2009년 교보생명 지분을 투자한 이후 2014년 우리은행 지분 인수, 2019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 2022년 동남아 벤처캐피털 투자 공동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보생명과 협력해왔다. 교보생명과 SBI그룹 간의 금융·디지털 사업 협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풋옵션 분쟁 해결로 교보생명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며 “향후 금융·비금융 계열사 확대를 위한 M&A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