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사비 0원… 檢 “뻔한 월급에 사비 털어 수사해야”[안현덕의 LawStory]

올 1월 압수수색 243건…작년 月 평균 38%↓

2020년보다 44% 급감…경찰 1월 5% 감소

2020~2023년 월 평균 웃돌아…검경 온도차

민생 범죄 물론 대형 비리 사건 수사엔진 멈춰

“사비지출 강요못해…미제 증가로 피해 국민몫”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에서 검사나 수사관들이 본인 주머니 돈을 털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해마다 미제 사건만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업무경비(특경비)가 사라지면서 검사·수사관이 본인 돈으로 수사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이는 사건 해결의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결치 못한 사건만 쌓이면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특경비 100% 삭감으로 마약, 사기 등 민생 범죄는 물론 대형 비리 사건 수사까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검찰 특경비 전액 삭감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 건수가 최대 40%가량 급감했기 때문이다.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은 모든 수사의 ‘시작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에서 쓰이는 실제 경비인 특경비가 0원이 되면서 검찰이 ‘개점 휴업’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올 1월 법원에 청구해 발부 받은 압수수색 영장은 243건으로 지난해 월 평균(391건)보다 38%가량 줄었다. 압수수색 건 수가 5192건(월 평균 432건)에 이르렀던 지난 2020년보다는 44%나 급감했다. 이는 월 평균 282~325건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던 2021년~2023년보다도 낮은 수치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도 2020~2024년 월 평균 301~457건에 달했으나 올 1월은 254건으로 급감했다. 이는 국회 예산 삭감 과정에서 특경비를 유지한 경찰(사법경찰관)과 정반대 모습이다. 경찰의 경우 올 1월 압수수색 영장 발부 건수는 4만1427건으로 지난해(52만3648건) 월 평균(4만3637건)보다 5%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오히려 월 평균 2만5000~3만7155건을 기록한 2020~2023년 수치를 웃돌았다. 각 기관 수사와 감사, 조사 등 특정 업무에 소요되는 실제 경비인 특경비가 올 들어 삭감 또는 유지됐느냐에 따라 검찰·경찰 사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 빈도에 확연한 차이가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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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수집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사 단계로 암행·밀행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나가 밤 늦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들 과정에서 차량을 빌리거나, 식사 등에 쓰이는 특경비가 100% 삭감되면서 내부에서는 ‘오후 2시에 나가서 3시간 만에 압수수색을 완료할 곳만 (압수수색) 영장 청구할 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포렌식 진행 시 예상보다 (확보해야 할 증거의) 용량이 커서 현장에서 하드를 구입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제는 다시 검찰청까지 왔다 가야 하는 실정”이라며 “검찰청과 가까운 곳이라면 주머니를 털어 택시라도 타고 갔다가 오지만, 멀다면 그마저도 비용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사 비용 삭감이 민생 범죄를 비롯한 대형 비리 사건까지 검찰 수사 엔진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이스피싱·마약·전세 사기 등까지 신종 범죄가 해마다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경찰과 함께 수사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검찰이 제대로 된 사정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오롯이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간부는 “일부 검사나 수사관들이 본인 사비를 털어 수사를 하고 있는데, 시간이 더 지자면 이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며 “공무원 월급이 뻔한데, (압수수색) 한번에 수십 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모두 ‘사비에서 내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사나 수사관에게 스스로 희생하라고 강요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미제 수사만 쌓일 수 있다”며 “결국 수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해결치 못하는 사건마저 느는 등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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