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올 ‘0%대 성장’ 전망까지…日 ‘잃어버린 30년’ 전철 밟을 건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올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에서 0.9%로 내렸다. 국내외 기관들이 연초부터 한국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줄줄이 낮추면서 1%대 저성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0%대 전망까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도 전망치를 2.0%에서 1.2%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우리 경제가 올해 1%대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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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0%대 저성장 위기에 직면한 데는 다음 달 2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화할 글로벌 관세 전쟁의 여파가 크다. 정치 불안 등으로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와중에 미국의 관세 폭탄이 터져 수출까지 타격을 입으면 우리 경제는 버팀목을 잃게 된다. 하지만 대외적 요인만 탓할 수는 없다. 저출생과 노동 생산성 저하, 편중된 수출에 의존하는 낡은 성장 모델, 반도체 등을 이을 신성장 동력의 부재 등 구조적 문제들이야말로 저성장 고착화의 주요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질 위험도를 평가한 ‘일본화 지수’가 주요 30개국 중 태국·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된 구조적 결함들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저성장의 덫에 갇힐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지금의 저성장에 대해 “신산업 육성도, 구조조정도 없었던 우리 경제의 실력”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고 경제 재도약을 이룰 수 있는 근본 해법은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스스로의 실력을 쌓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다 침체의 늪으로 가라앉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와 과감한 구조 개혁, 고급 인재 양성을 통한 첨단산업의 초격차 기술 개발 등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려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상호관세 강행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매우 가치 있는 것을 줄 의향이 있다면 협상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듯이 첨단 기술 등 우리가 당당히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글로벌 통상 전쟁의 파고도 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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