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가 상승, 하락 모두 그의 손에 달려…'관세맨'을 누가 말리나[페트로-일렉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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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에 화물들이 선적되어 있다. AFP연합뉴스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에 화물들이 선적되어 있다. AFP연합뉴스




관세라는 단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관세맨’의 손이 원유 시장에까지 닿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신속히 휴전하지 않으면 러시아 원유에 최대 5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러시아 원유를 구매하는 나라가 있다면, 미국이 이 나라에서 오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입니다. 관세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수단으로 등장하다니, 이쯤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관세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은 지경입니다.

공급 불안 자극


잘 아시는 것처럼 러시아는 3대 산유국입니다. 2022년에는 1330억 달러 규모의 원유를 수출해 사우디아라비아(2360억 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 러시아 원유에 2차 관세를 매기면 국가가 벌어들이는 수입의 2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러시아는 큰 피해가 불가피하겠죠. 러시아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들도 당연히 타격을 입게 됩니다. 러시아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607억 달러, 2023년 기준)과 인도(486억 달러)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에 가해진 금수 조치 등으로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러시아 원유에 대한 2차 관세는 이런 의도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그만큼 원유 공급이 축소될 위험이 커지겠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원유 2차 관세를 예고한 다음 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 이상,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1.5% 이상 각각 급등했는데요.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진 것이 유가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쿠르스크 지역을 군복을 입고 직접 찾아 작전 지시를 내렸다. 로이터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쿠르스크 지역을 군복을 입고 직접 찾아 작전 지시를 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앞서 ‘미국에 범죄자들을 위장 송환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중남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원유에도 2차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 역시 베네수엘라 원유 주요 수입국인 중국과 인도에 타격을 입히면서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만, 역시 원유 공급을 줄일 수 있는 조치입니다. 핵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 이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폭격’을 위협하며 압박하는 것도 역시 원유 공급을 불안하게 만드는 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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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고유가? 신호가 엉켰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공급 확대, 이를 통한 가격 인하죠. 트럼프 관세의 설계자,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올 2월 한 방송에 출연해 “유가가 배럴 당 50달러까지 떨어지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목표 가격도 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유국 협의체(OPEC+)의 증산을 이끌어내기도 했고, 미국 내에서는 취임식 당일 ‘드릴 베이비 드릴(원유 시추 확대)’을 외치며 자국 기업의 증산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가 우크라이나전(戰) 종전을 서두른 이유 가운데 하나도 유가 상승 요인을 서둘러 제거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을만한 조치를 계속 내놓으니, 트럼프 행정부가 보내는 신호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지시했고, 이후에도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중동 정세 불안은 유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소이죠. 최근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 당일, 미국의 고위 안보 책임자들이 나눈 메신저 대화가 유출돼 큰 논란이 벌어졌죠. 이 대화 속에도 중동 정세 불안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는데요. JD 밴스 부통령은 “(후티 반군 공격은) 우리가 실수하고 있는 것 같다, 유가가 심각하게 급등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원유 생산 현장에 설치된 시추 설비. 로이터연합뉴스미국 텍사스주의 한 원유 생산 현장에 설치된 시추 설비. 로이터연합뉴스


유가 오르는 것도, 내리는 것도 결국 관세가 좌우


미국 내 원유 증산도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만큼 따라주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최신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30만 5000배럴 감소한 1315만 배럴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요. 현지 매체들은 ‘생산을 늘리고 싶어도 그만큼 수요가 받쳐줄지 의문’이라며 증산을 꺼리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정책 기조가 가격을 낮추자는 것인데 기업이 생산을 늘리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에 가깝겠죠. 에너지 컨설팅 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한 전문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증산과 가격 하락은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사저에 몰려든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사저에 몰려든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단 미국 월가 등 투자자들은 유가 하락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관세입니다. 상호관세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만큼 결국 공급보다 수요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CIBC 프라이빗 웰스 그룹의 레베가 바빈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에 “시장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 리스크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문제인지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관세로 세계 경제를 짙은 안개 같은 불확실성에 가두고 있는 미국이 원유 시장에도 불확실성을 안겨 주고 있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유가의 향방 또한 미국의 손에 달렸다는 말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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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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