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헌재가 국민신뢰 회복하려면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탄핵심판 절차상 공정성 불신 남아

합리적 논거로 설득하는 게 최선

국민 눈높이 맞는 사법정의 숙고를






헌법재판소는 오랫동안 국민 신뢰도가 가장 높은 국가기관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헌재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랐다. 신뢰도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 최근 일련의 헌법재판 결과, 특히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상의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헌재가 자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초기 헌재는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 국민의 신뢰를 쌓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조규광 초대 소장의 노력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온다. 그렇게 힘들게 쌓아온 국민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으며 그 결과 헌재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정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승복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관련기사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를 4일 오전 11시에 선고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때나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 때는 헌재에 대한 국민 신뢰가 높았기에 결정을 계기로 갈등과 혼란이 치유되고 새로운 국가 질서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그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헌재는 헌재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거의 준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왜 준용하지 않는지 합리적인 근거조차 밝히지 못했다. 박 대통령 탄핵 사건의 주심 재판관이었던 강일원 변호사도 검사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은 당시와 형사소송법 규정이 다른 점 등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신속한 재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공정한 재판의 요소를 너무 소홀히 하고, 윤 대통령이나 그 대리인단의 각종 신청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핵심 쟁점인 정치인 등 체포 지시나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의 사실 여부에 대해 국민들에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보여주지 않은 채 변론을 서둘러 종결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변론 종결 이후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의 메모 가필 부분의 필적 논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 대한 부당한 압력 의혹을 제기하는 녹음 파일 등이 새로 등장하기도 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충분한 증거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한 후 내린 결정이라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헌재가 국민 신뢰를 잃는 것은 한순간이나 이를 회복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양승태 사법부의 이른바 ‘사법 농단’ 의혹이 법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어떻게 자극했고 그 후유증이 아직도 얼마나 크게 남아 있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것이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의 첫 단추라는 점이다. 국민들이 헌재에 기대하는 것은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 이상의 무게가 있는 탄핵 심판을 납득할 수 있는 엄정한 절차와 합리적인 논거로써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결코 보수 또는 진보의 선명성이나 권위적인 태도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헌재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법 정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숙고해야 된다. 자칫 법률 전문가로서 헌재 재판관이 주권자인 국민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