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부동산 대출 매년 100조 폭증…경제성장 발목 잡는다”

[한은·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콘퍼런스]

관련 대출 연평균 증가율 7.5%

2019년 1167조서 작년 1674조

명목 GDP 내 비중 57% → 66%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 신용공급↑

신산업 못키워 장기 성장률 하락

기업 사업성 중심 지원 확대해야

이창용(오른쪽)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오른쪽)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관련 대출 집중도가 과도해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산업 경쟁력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화·금융 당국 수장들도 한목소리로 부동산 대출 증가세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이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공동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부동산 문제로 금리를 낮추면 자금이 부동산이나 해외 주식으로 가는 문제가 있어 유효한 통화정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부동산 중심으로 금융이 흘러갔다는 것은 새 산업도 못 키우고 새 대체재가 없다는 것으로 장기 성장률도 낮아진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집값이 오르면 정책금융을 더 집행해줘야 하고 이것이 가계부채를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그는 “당분간은 시중은행에서 저소득층 정책보증을 먼저 취급해준 뒤 나머지 대출은 부유층의 부동산 대출 대신 산업용 여신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은행장들께서 도와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와 함께 대담에 나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집을 살 수 있도록 무주택자를 도와주는 데에 금융이 많이 활용됐지만 이것이 가계부채 관리와 거시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고민이 컸다”며 “그 일환으로 지분형 모기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재처럼 부동산 금융의 비중이 큰 상황에서는 주거용 부동산의 위험가중치를 지금처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의식이 있다”며 “홍콩처럼 국제 건전성 기준을 지키면서도 나라 사정에 맞춰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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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1673조 8000억 원에 달했다.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506조 7000억 원(43.4%)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7.5%에 달해 전체 원화대출(7%)과 명목 GDP(4.6%)보다 가팔랐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관련 대출이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57.2%에서 2024년 65.7%로 8.5%포인트나 확대됐다.

경제 주체별로 보면 전체 은행권 부동산 담보대출 중 가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6.1%(771조 3000억 원)로 가장 컸다. 기업(553조 4000억 원·33.1%), 부동산업(304조 1000억 원·18.1%), 건설업(45조 원·2.7%)이 그 뒤를 이었다. 다른 업권에서도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의 여신 취급 관행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상호금융권 부동산 담보대출은 457조 6000억 원이나 돼 2019년 이후 연평균 7.8%씩 늘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경우 21조 5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연간 평균 증가율로 보면 15.2%로 가파르다.

한은의 분석도 비슷하다. 한은은 가계와 부동산·건설업 기업대출을 포괄한 부동산 신용 규모가 1932조 5000억 원에 달해 민간 신용의 49.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2014년 이후 연평균 100조 5000억 원씩 늘면서 2013년 말 대비 2.3배나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담보·보증부 대출 위주로 신용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도 주목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대출에서 담보·보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2.2%에서 2024년 74.4%로 확대됐다.

이 같은 부동산 대출 쏠림은 경제성장 기여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부동산 쏠림이 경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기 하강→부동산 가격 급락→부채 규모 축소’로 실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원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부동산 대출과 부동산 가격이 서로 순환 구조를 보이다 보니 (대출의) 경기 순응성이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중개 기능이 약화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금융권이 신산업 부문처럼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대출을 공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중심 금융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성 중심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적절한 핵심성과지표(KPI) 기준과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우일 기자·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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