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韓관세, 트럼프는 '25%' 문서엔 '26%'…발표도 셈법도 엉망

[트럼프의 관세도박]

◆ 논란 자초한 졸속 관세

무역적자 규모 수입액으로 나눠

韓 대미관세율 50%로 과다책정

자의적 계산방식 놓고 비판 확산

印 등도 부속서 수치가 1%P 높아

韓대사관, 美 행정부에 문제제기





‘미국이 거의 100년 전에 포기한 보호무역주의로의 급격한 전환.’(워싱턴포스트)



‘이것은 재앙이다.’(뉴욕타임스)

주요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개최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를 이같이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내각, 의회 지도부, 자신을 지지하는 노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50여 분간의 연설을 통해 그동안 미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막대한 손해를 봐왔다며 관세가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오후 4시 8분께 대형 성조기를 배경으로 연설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이여, 오늘은 (미국의) 해방일”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수십 년동안 미국은 친구와 적국 모두에 약탈·강탈당했다”고 노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 우려로 관세에 대한 반대 여론이 60% 안팎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각종 미사여구로 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지난달 31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등 59개국의 비관세장벽 등을 담아 발간한 397쪽 분량의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보고서)’ 책자를 흔들어 보이며 “외국의 무역장벽이 상세히 적혀 있는 매우 큰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또 자신을 지지하는 자동차 분야 노동자 모임을 설립한 브라이언 판네베커 씨를 연단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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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의 관세율을 적은 패널을 보면서 직접 설명한 부분이다. 패널에는 ‘(각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와 ‘미국이 할인해서 책정한 상호관세’ 두 항목이 나열돼 있었고 미국에 부과한 관세에는 ‘환율 조작과 무역장벽을 포함한다’고 명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유럽연합(EU)·베트남·대만·일본·인도까지 6개국을 순서대로 거명하며 나라별로 문제점을 꼬집었다. 다만 한국과 태국을 건너뛰고 9번째 위치한 스위스로 넘어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관세 폭탄을 퍼부은 가운데 관세 산정법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각국의 대미 관세 산정법에 대해 “경제자문위원회(CEA)가 국제 무역, 경제 문헌과 정책 관행에서 매우 잘 확립된 방법론을 이용해 숫자들을 계산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각국과의 무역적자액을 해당국에서 수입하는 금액으로 단순 나눈 수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이 한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적자는 660억 달러, 수입액은 1320억 달러로 이를 나누면 약 50%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관세가 50%이며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이의 절반 수준인 25%라고 발표했다. 다른 나라 역시 이 공식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강제로 줄이기 위한 자의적인 숫자라는 비판이 확산하자 미 무역대표부(USTR)는 “국가별로 수만 개의 관세·규제·세제와 기타 정책이 무역적자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것은 복잡하다”고 시인하고 양자 교역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0으로 만들 수 있는 관세율을 도출했다고 해명했다.

아마추어 같은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 나온 패널에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25%로 나왔지만 이후 백악관 행정명령 부속서에서 표시된 수치는 26%로 나오며 논란이 불거졌다. 백악관이 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각국의 관세율 표에도 한국은 25%로 적시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1%포인트 차이에 대한 확인 요청에 ‘조정된(adjusted)’ 수치라면서 “행정명령 부속서에 표기된 수치(26%)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지만 두 관세율이 달리 표기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한국 외에 인도·스위스·남아프리카공화국·필리핀·파키스탄·세르비아·보츠와나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 있던 패널보다는 관세율이 1%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와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측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자료와 부속서상 수치가 다른 것을 확인했으며 (미국 측에) 문제 제기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곳곳에서 한국을 콕 집어 언급, 향후 고강도 무역 압박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며 “이런 엄청난 무역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고 일본은 94%”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무서운 불균형은 우리 산업 기반을 황폐화하고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산 쌀의 경우 한국이 물량에 따라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도 주장했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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