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자 본업과 관련 없는 영역으로 먹거리를 찾아 눈을 돌리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사업을 다각화하는 사례도 있지만 주력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경우도 많아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제주맥주(276730)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생활폐기물처리 대행업, 일반폐기물 수집운반·중간처리·재활용 등 각종 폐기물 관련 내용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지난해 11월 제주맥주를 인수한 한울반도체가 제주맥주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폐기물 사업을 신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것이다. 김백산 한울반도체 회장이 제주맥주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되기도 했다.
제주맥주는 2021년 수제맥주 업체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로 당시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면서 주가가 지속 하락했고 최대주주가 두 차례 변경됐다. 문제는 제주맥주가 본업인 식음료 사업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한 폐기물 사업에 새로 진출했다는 점이다. 맥주 부문 매출은 2022년 216억 원에서 2023년 209억 원, 2024년 174억 원 등으로 갈수록 위축되는 추세다.
PC 제조업을 하고 있는 주연테크(044380)도 본업과는 거리가 다소 먼 반려동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지난달 주총에서 반려동물 사료 및 간식, 용품 도소매업과 케어 서비스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신규 사업으로 펫 사업 분야에 진출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계열사 주연크레딜 상호를 주연펫으로 변경하고 반려동물용 가전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정관에 사업을 넣고 본격적으로 나섰다.
제약사인 한국유니온제약(080720)도 본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식자재 유통업, 일반음식점업과 프랜차이즈 사업 등 14개를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상장폐지 위기에서 신규 사업을 크게 확대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횡령·배임으로 매매 거래가 정지된 이후 올해 2월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상장폐지 의결에 이의를 신청한 상태인데 감사의견까지 거절됐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공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주얼리 등 패션사업을 주로 하던 제이에스티나(026040)는 건강기능식품·건강보조식품 개발·제조·판매업을 정관에 추가했다. 제이에스티나 역시 시장 침체와 경쟁 심화 등으로 매출이 빠르게 줄면서 지난해 영업손실 26억 원으로 전년(6억 원) 대비 큰 폭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주얼리 사업에서 건강기능식품 판매 등이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외에도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업종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여행업을 하는 세중(039310)은 장례식장 서비스업과 화장터 관리업을 사업 목적으로 새롭게 넣었다. 증강현실(AR) 업체인 버넥트(438700)는 휴게·일반음식점업을 추가했다. 에듀테크 기업인 아이스크림미디어(461300)도 건강보조식품 소매업 등을 추가하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본업과 관련 없는 사업 목적이 추가될 경우 수년 내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블록체인 테마가 떠오를 때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던 초록뱀미디어(047820)·모나용평(070960)·THE E&M(089230)·넵튠(217270)·네이블(153460) 등은 올해 주총에서 일제히 블록체인 관련 업종을 삭제했다.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대체불가토큰(NFT) 디지털 멤버십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했으나 시장 침체와 국내 거래소 폐쇄 등 시장 변화가 나타나면서 해당 사업을 종료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