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새

박남수


하늘이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쭉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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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새들은 아무리 명창이라도 악보를 남기지 않는다. 불멸의 노래비를 세워 소멸하는 것들을 모독하지 않는다. 어린 새들은 허공에 흩어진 음표를 물어 제 노래를 부른다. 새라고 해서 사랑을 모르랴만 체온보다 낮은 언어의 비등점을 믿지 않는다. 새들은 눈부신 황금 앞에서도 두 날개가 손이 아닌 걸 후회하지 않는다. 한 덩이 납으로 순수를 겨냥하던 포수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순수를 겨냥하지 않는다. 오로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를 원할 뿐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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